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최근 코로나19 지원의 일환으로 한국은행에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은행 대출채권 매입을 요구하고 나선 가운데 9일 한국은행이 "(여당 요구안에 대한)내용을 잘 모르겠다"며 직접적인 답변을 피했다. 그러면서도 현재 확대 운영 중인 소상공인·피해기업 대상 '금융중개지원대출'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박종석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한은에서 열린 통화신용정책보고서 설명회에서 전날 한은이 코로나 피해 자영업자에 대한 은행 대출채권을 매입해야 한다는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주장과 관련, 한은 입장을 묻는 질문에 "아직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한 상태가 아니다"라며 "현 시점에서 한은의 입장을 말씀드리긴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한은이 지난 6월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 대출 규모는 대략 830조원 수준이다. 박종석 부총재보는 이와 관련해 "언급한 내용이 뭘 말씀하시는건지, 대상 채권 규모가 무엇인지도 불명확하다"면서 "아직 구체적인 매입방법 등 내용이 밝혀진 것이 없기 때문에 언급하기 적절하지 않다는 점 양해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부총재보는 이날 발표된 한은의 '금융중개지원대출' 기한 연장 및 규모 확대 내용을 소개했다. 박 부총재보는 "한은 역시 코로나19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피해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16조원 규모로 지원했다"면서 "이날 소상공인 지원 한도를 3조원 가량 증액하고 6개월 연장하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일단 증액 등을 통해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기 때문에 향후 소상공인 취약부문이나 자금사정 등을 살펴보고 추가로 지원할 필요성이 있는지 지속적으로 점검하면서 보완할 내용이 있으면 보완해야 할 것"이라면서 "어쨌거나 (자영업자의 은행 대출채권 매입과 관련해) 한은의 입장을 말씀드리긴 어렵다"고 재차 언급했다.
한편 윤호중 원내대표는 전날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한은은 소상공인 자영업자 채권을 매입하는 포용적 완화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한은이 채권을 직접 매입하거나 채권매입전문기구(SPV)에서 고금리 소상공인 채권을 매입하고 금리를 인하해 재대출하는 방법 등을 제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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