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안했는데 영원히 가해자 취급"…예방책 없는 허위 학폭, 학생들만 '주홍글씨'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남가언 기자
입력 2023-07-24 10:51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허위 학폭 신고 증가...학폭위 '원님 재판' 진행"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최근 서울 시내 한 고등학교에서는 같은 반 A군에게 괴롭힘을 당했다며 B군이 학교에 학교폭력 신고를 했다. A군은 아이돌 데뷔를 앞둔 연습생이었다. 그는 "절대 학폭을 하지 않았다"며 억울함을 호소했으나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A군은 '학폭 가해자'로 낙인찍혔다. 부담을 느낀 소속사는 A군 데뷔를 취소해버렸다.

'학교폭력(학폭) 폭로'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가운데 단순히 사이가 좋지 않은 학생을 곤경에 빠뜨리기 위해 폭력을 당했다고 허위로 신고하는 '무고' 사례도 덩달아 늘면서 새로운 사회문제로 비화하고 있다. 억울한 가해자로 낙인찍히면 추후 무고였다는 사실이 밝혀지더라도 그 기간 동안 학생이 받는 정신적 피해는 회복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법조계에서는 학폭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키는 만큼 객관적이고 전문적인 심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허위 학폭' 늘어나는데···학폭위는 가려낼 역량 부족, 처벌 규정도 없어
24일 교육부 등에 따르면 2013년 1만7749건이었던 학교폭력 심의 건수는 2018년 3만2632건으로 두 배가량 급증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2019년 3만1130건에서 2020년 8357건으로 줄어든 수치는 2022년 대면 수업이 재개되자 1학기에만 9796건을 돌파하며 급격한 증가세를 보였다.

학폭 심의 건수가 증가하는 만큼 '허위 학폭 신고'도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 교육계 전언이다. 학폭에 대한 사회적인 부정적 인식을 악용하는 것이다.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학교폭력예방법)은 피해자 보호와 가해자에 대한 제재에만 집중돼 있다. '학폭 무고'를 처벌하는 규정은 없다. 이 때문에 허위 학폭 신고를 당한 학생은 마땅한 대응도 하지 못한 채 학폭 가해자라는 '주홍글씨'가 새겨진다는 지적이다.

서울 성북구에 있는 중학교 교사 권모씨는 "예전에는 학생들 간 가벼움 다툼이 학교 선생님들 선에서 잘 화해시키는 것으로 마무리됐는데 요즘은 학부모들까지 개입해 작은 다툼도 큰 사건으로 커지는 경향이 있다"며 "학부모들끼리 사이가 좋지 않아 다퉜는데 학생들 사이를 이간질해서 학폭 신고를 하거나 평소 시샘하던 친구를 학폭으로 신고하는 사례도 굉장히 많다"고 말했다.  

무고 사례를 적절히 가려내지 못하는 현행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시스템도 문제로 꼽힌다. 현행법에 따르면 학교장이 실제로 학폭이 없었다고 판단해 자체 해결하는 것으로 결론짓더라도 피해 학생이나 보호자가 불복하면 반드시 학폭위 심의를 받게 된다. 하지만 심의 과정에서 증거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데다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이 억울함을 주장해도 외면당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이 학폭위 결과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지만 결론이 내려지기까지 하세월이다. 긴 재판을 거쳐 무죄가 확정될 때까지 학폭 가해자 취급받으며 오랜 시간 정신적 고통을 겪게 되는 것이다. 심지어 학폭위에서 학폭 사실이 있었다고 결론 내리면서도 '조치 없음' 처분을 한다면 취소소송을 내고 싶어도 소의 이익이 없어 법원에서 본안을 다퉈보지도 못한 채 각하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학폭 가해자' 주홍글씨 우려···"무고 징계 규정 만들고 학폭위 절차 개선해야"
법률 전문가 부재로 학폭위가 자칫 '원님 재판'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고 법조계에서는 지적한다. 특히 무고죄는 형법상 심각한 범죄로 다루고 있는 데 반해 어린 학생들에게 '주홍글씨'로 작용할 수 있는 학폭에 대해서는 동일한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잖다.

허정회 법무법인 안팍 변호사는 "피해를 주장하는 학생이나 그 학부모가 학교장의 자체 해결 결정에 불복해 학폭위로 사건이 넘어갈 때에는 본격 심의에 앞서 학교장이 그러한 결정을 하게 된 사유를 검토하고 이의신청을 기각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통해 억울한 학폭 사례를 줄이고 행정력이 과도하게 낭비되는 것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객관적이고 전문적인 심리를 위해 심의위원회 구성원 3분의 1 이상을 반드시 변호사 자격을 갖춘 자로 두도록 하고 학부모 위원에 대해서는 기피와 제척 규정을 두도록 해야 한다"며 "무고를 한 학생이 형사미성년자인 경우 등을 포함해 신고 학생에 대한 징계 규정을 명확히 함으로써 무고성 신고를 예방할 필요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