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으로 35도를 넘나드는 역대급 폭염이 연일 계속되고 있다. 내리쬐는 땡볕에 아스팔트까지 달궈져 하루 중 가장 무더운 시간대로 알려진 오후 2~3시. 이 시간대에 전력 사용량이 폭증할 것으로 생각되지만 정작 전력 피크 타임은 따로 있다.
2일 전력거래소 전력수급실적에 따르면 지난달 오후 5시에 전력 사용량이 최고점을 찍은 날은 열흘로 집계됐다. 피크 타임이 오후 6시를 넘긴 날은 13일에 이른다. 반면 하루 중 가장 무덥게 느껴지는 오후 2~3시가 피크 타임이었던 날은 나흘에 불과했다. 전력거래소는 순간 값이 아닌 1시간 평균으로 전력 사용량 최고점을 계산한다.
10년 전인 2013년부터 2015년까지는 여름철 최대 전력 수요 시간대가 모두 오후 3시였다. 그러나 2016년부터 오후 5시로 밀렸다. 이듬해인 2021년에는 오후 6시(91.1GW)로 더 늦어졌다가 지난해에는 오후 5시(92.9GW)에 하루 중 가장 많은 전력이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전력 소비 패턴에 변화가 생긴 건 태양광 때문이다. 통상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오후 3시까지는 태양광 발전 효율이 최고치로 높아진다. 그러다가 해가 저물면서 태양광 효율이 낮아지면 전력 사용량이 다시 급증하는 식이다.
전력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태양광의 시장참여 설비용량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2014년 처음으로 1GW를 넘어섰고 2015년 1.34GW, 2020년 4.64GW, 2022년 6.87GW 등 우상향을 보인다.
이 가운데 전력거래소 수급통계에 잡히는 건 일부에 불과하다. 대부분은 전력거래소를 거치지 않고 가정이나 공장 등에서 자체적으로 소비된다. 수급통계에 잡히지 않는 이른바 '비계량 설비'다.
한낮에 전력 수요를 분담하던 비계량 태양광 설비는 해가 지는 늦은 오후가 되면 동력을 잃는다. 자연스럽게 일반 전력 소비가 늘면서 피크 시간대를 바꿔 놓는 것이다. 정부 차원에서 태양광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한 2016년 이후 전력 수요 최고점이 오후 2~3시에서 오후 5시 이후로 바뀐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때문에 정부와 공공기관은 한낮이 아닌 오후 4시 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전력 사용량을 집중적으로 관리한다. 정부세종청사에서는 여름철 실내 온도를 26도로 낮추는 대신 전력 사용 피크 시간대에 냉방기를 30분씩 순차적으로 끄거나 조명 30%를 소등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한낮에는 태양광이 활발하게 전력을 생산해 내지만 늦은 오후부터는 흐름이 바뀐다"며 "이런 점을 감안해 피크 시간대에 전기 절약을 실천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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