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중국에 대해 2차 무역전쟁을 예고했다. 재집권 시 자동차 등 중국산 제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해 중국과 재차 무역전쟁을 벌이겠다는 것이다. 중국 전기차 업계의 저가 공세에 바짝 긴장한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 지역 표심을 노린 발언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CNBC와 인터뷰하면서 “중국은 지금 우리의 보스나 마찬가지다. 마치 우리가 중국 자회사인 양 군다”며 대중국 관세율 인상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나는 열렬한 관세 신봉자”라며, 외국산 제품을 겨냥한 관세는 경제와 정치 모두에 이득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집권 기간인 2017~2021년에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25% 관세를 부과하는 등 중국, 멕시코, 유럽연합(EU) 등에 관세를 퍼부었다. 특히 중국에 대해서는 2018년부터 총 4차례에 걸쳐 대대적으로 관세를 부과하며 무역전쟁을 일으켰다.
이번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칼끝은 중국을 향한다. 그는 지난달 대중국 관세율을 60%로 일괄 적용하고, 모든 수입품에 기본 관세에 더해 보편 관세 10%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미국 정부가 수입품에 적용하는 관세 범위는 10~25% 수준이다.
구체적 타깃으로는 중국 자동차 업계를 지목했다. 그는 “만약 중국에 관세를 부과한다면 그들은 여기에 자동차 공장을 짓고 우리 국민을 고용할 것”이라며 “우리는 중국에서 자동차를 수입하고 싶지 않다. 우리는 중국(기업)이 미국에서 미국 노동자를 고용해 만든 자동차를 구입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시장조사업체 마크라인스에 따르면 중국은 2023년에 자동차를 3000만대 생산했다. 1월에도 생산량이 전년 대비 50%나 증가하는 등 중국 자동차 업계는 세계 자동차 시장을 휩쓸 기세다.
선거자금 궁했나···틱톡, 비트코인에 '태세 전환'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인터뷰에서 중국 소셜미디어(SNS)인 틱톡과 비트코인에 대한 과거 입장을 번복했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무적 부담이 영향을 미쳤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그는 틱톡에 대한 국가 안보 우려 등을 인정하면서도 "장점도 많고 단점도 많다. 틱톡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 틱톡 없이는 미쳐버릴 어린아이들이 많다"고 언급했다.
이는 바이든 대통령이 동의한 틱톡 금지 법안에 반대한 것이지만 동시에 본인이 대통령 재임 시절 진행한 틱톡 제재를 스스로 번복한 것이다. 당시 그는 미국 개인 정보와 비밀에 중국 공산당이 접근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미국 기업들과 틱톡 모회사인 바이트댄스 간 거래를 금지하고, 틱톡 미국 사업부를 매각하라는 행정 명령에 서명하기도 했다.
오히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 SNS인 페이스북을 "국민의 적"이라고 칭하며 "틱톡을 없앤다면 페이스북과 '얼간이 저커'(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를 비꼰 표현)의 사업이 두 배로 성장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나아가 "나는 지난 선거에서 사기 친 페이스북이 더 잘되기를 원치 않는다"고 덧붙였다.
페이스북은 2021년 트럼프 지지자들이 의회를 점거할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 서비스 이용을 3년간 금지하는 등 저커버그와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0년 대선 당시부터 악연을 이어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틱톡 주요 주주 눈치를 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ABC뉴스 등에 따르면 트럼프는 최근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한 휴양지에서 펀드 매니저 제프 야스를 만났다. 틱톡 규제를 반대하는 보수단체 '성장을 위한 클럽'을 후원하는 야스는 바이트댄스 지분 15%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 외에도 형사 사건만 4건에 연루돼 상당한 벌금과 변호 비용을 지불해야 할 처지여서 재무 부담이 높아지고 있다. 이 와중에 선거 자금 마련을 위해 최근에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 만났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암호화폐 관련 입장도 바꿨다. 그는 "비트코인을 개인적으로 소유해 본 적은 없지만 그것이 많이 사용되는 것을 봤다"며 "재선 시에는 비트코인으로 물건을 사는 등 결제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불과 3년 전까지 비트코인을 '사기'라고 칭하던 입장을 바꾼 것이다.
이날 비트코인은 7만2000달러를 넘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트럼프 전 대통령이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암호화폐 MAGA(마가·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코인 가격은 지난 한 달간 2배 이상 급등했다.
미국 베테랑 방송인 제인 밀러는 "트럼프가 공화당 주요 기부자, 틱톡 투자자들과 관계를 개선한 이후 틱톡 제재 입장을 갑자기 바꾼 것은 높은 가격을 제시해 바꾸지 못할 트럼프의 외교 정책은 없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꼬집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