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커머스(중국 이커머스) 참전으로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물류경쟁이 치열해지며 기업들의 수익성 확대에도 제동이 걸렸다. 소비침체 등으로 시장이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배송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물류센터에 투자한 탓이다.
11일 이커머스 업계에 따르면 쿠팡, SSG닷컴, 롯데온 등 물류 인프라에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해 온 기업 중 이익을 낸 업체는 한 곳도 없다. 이커머스 절대 강자로 불리는 쿠팡 역시 지난해 32조원에 이르는 매출을 올리며 설립 후 처음으로 연간 흑자를 냈지만, 올해 1분기 수익성이 다시 크게 악화됐다.
쿠팡의 1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1% 감소했고, 당기순이익은 적자로 전환했다.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C-커머스 공습에 따른 마케팅·물류비용투자 등이 주된 원인이다.
SSG닷컴의 경우 최근 온라인 물류센터 운영을 CJ대한통운에 넘기며 사실상 물류 사업에서 발을 빼는 모습이다. 신세계그룹은 지난 5일 ‘신세계-CJ 사업제휴 합의’를 통해 온오프라인 유통과 물류 등에서 CJ그룹과 전방위 협력을 진행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협업으로 그간 신세계그룹이 적극적으로 투자해 온 SSG닷컴 온라인 물류센터인 김포 NEO센터와 오포 첨단물류센터 등의 운영을 CJ대한통운이 맡게 된다.
신세계그룹의 이커머스 물류경쟁 포기 배경에는 ‘수익성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SSG닷컴은 새벽배송 후발주자로 시장에 진입해 자체 물류센터 운영을 통해 처리할 수 있는 물량이 제한적인 탓에 물류센터 운영을 통한 수익성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더욱이 최근 몇 년간 지마켓, 스타벅스 등 대규모 M&A(인수합병)를 진행해 온 이마트 입장에서 수익을 내지 못하는 물류센터에 대한 대규모 투자에 나서기도 쉽지 않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SSG닷컴이 물류센터 사업을 CJ에 넘기는 것을 두고 현명한 판단이란 의견이 더 많다”며 “SSG닷컴의 온라인 새벽 배송 수요가 낮아 물류센터의 공급물량도 현저히 낮아져 돈만 잡아먹는 사업이란 평가가 많았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기업들도 무리한 투자를 통한 물류 인프라 확장보다는 기존 물류센터 효율화를 통한 수익성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실제 메이트플러스의 ‘2024년 물류부동산 시장동향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수도권 물류센터의 공실률이 10.2%로, 전년 동기 대비 3.8%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이커머스업계 관계자는 “물류센터 구축을 통해 단기간에 매출 규모는 확 늘릴 수 있어도, 투자 비용 대비 이익을 얻기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릴 지 예측하기 어렵다”며 “가뜩이나 이커머스 업황이 불확실한 상황에서의 투자는 더욱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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