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농림축산식품부의 예산이 올해 대비 2.2%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정부의 건전재정 기조 영향으로 전체 예산 총지출 증가율을 따라가지 못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농식품부는 2025년 예산안을 18조7496억원 규모로 편성했다고 29일 밝혔다. 올해 예산보다 2.2% 증가했지만 내년 국가 총지출 증가율(3.2%)을 하회하는 수준이다. 특히 전년 대비 5.6% 증가한 올해 예산과 크게 대비되는 대목이다.
농식품부 예산의 소폭 증가는 올해 대규모 세수 결손 가능성이 반영된 결과다. 정부는 법인세 감소로 올해 연말 10조원 이상의 대규모 세수 결손이 발생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보건, 복지 등 의무지출을 제외한 각종 재량지출을 줄여나가는 기조가 반영됐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건전재정 기조로 경제 부처에 사업비를 줄이는 분위기가 반영됐다"면서도 "1.1% 증가한 산업통상자원부 등과 비교하면 우리 부처 예산은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가 많다"고 전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농업직불제 확대로 기본형 공익직불 예산은 2조6555억원규모로 편성됐다. 기본형 공익직불금 지급단가를 최초로 5% 수준까지 인상해 ha당 100만~205만원이던 직불제 지원단가를 136만~215만원으로 상향한다. 비진흥 밭 지급단가도 비진흥 논의 80% 수준까지 상향 조정한다.
야당이 추진하는 양곡관리법에 맞서는 정부안인 수입안정보험의 내년 예산도 2078억원 규모로 반영됐다. 수입안정자금은 생산량이 줄거나 가격이 내려가 농가 수입이 특정 기준 이하로 떨어지면 보험금을 지불받는 제도다. 내년부터 벼·무·배추를 포함한 15품목으로 늘린다. 품목별 가입률은 최대 25%까지 확대하겠다는 목표다.
자연재해 대응능력을 높이기 위한 재해대응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올해 1조1996억원에서 1조2469억원으로 증액됐다. 상습침수지역 배수시설을 조기준공하기 위해 4852억원, 노후 수리시설 안전성 개선을 위해 7617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재해복구비 단가를 높이고 복구비 지원에서 배제됐던 농기계와 축사·시설하우스 내 설비도 지원대상에 내년부터 포함된다.
한우값 폭락으로 어려움을 겪는 축산농가를 위한 대책도 담겼다. 정부는 축산농가의 사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사료구매자금 1조원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한육우 농가가 내년 안으로 상환해야 하는 사료구매자금 6387억원의 상환은 1년 유예한다.
농식품산업의 성장 동력을 확충하기 위한 정책도 예산안에 담겼다. 내년 청년농업인 영농정착지원 예산은 1137억원으로 5000명을 대상으로 영농정착지원금으로 사용된다. 수직농장과 그린바이오 등 미래 성장분야 중점 투자하는 농업분야 연구개발(R&D)에는 2267억원이 잡혔다.
올해 '금(金)사과'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한 방안도 마련됐다. 정부는 13억원을 투자해 생산성이 높고 재해예방시설을 갖춘 스마트 과수원 특화단지 3곳을 신규 조성한다. 아울러 냉해 피해 예방을 위한 열풍방상팬 구비와 지원에도 11억원을 사용할 계획이다. 과수 운영과 유통 문제도 거론된 만큼 과수 계약재배 예산을 올해 631억원에서 내년 926억원으로 대폭 확대하고 사과 지정출하물량 2만t 운영에 258억원을 투입한다.
개식용종식 전 폐업 지원에 544억원이 사용된다. 개식용종식 특별법 통과로 폐업·전업이 불가피한 식용견 사육 농장주에게 전·폐업지원금과 시설보상금을 지원한다. 도축시설에 대해서도 시설보상금과 철거비 등을 지원해 개식용종식을 뒷받침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세부내용은 9월 중 개식용종식위원회 심의를 거쳐 발표된다.
농식품부의 2025년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안은 다음달 2일 국회에 제출되고 국회의 심의와 의결을 거쳐 연말에 최종 확정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다른 분야는 큰 쟁점이 없을 것으로 보이나 수입안정보험과 개식용종식법 관련 예산은 국회에서 조정이 있을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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