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아이폰16 발표 이후 '인공지능(AI) 고점' 논란이 힘을 얻고 있지만 증권가는 엔비디아를 비롯한 미국 주요 AI 반도체 종목들이 바닥을 확인했다는 진단을 내놓았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체 역시 바닥을 다지고 상승세로 전환할 것이라는 낙관론이 나온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일 대비 12.50포인트(0.49%) 내린 2523.43에, 코스닥은 8.26포인트(1.16%) 하락한 706.20에 거래를 마쳤다. 국내 증시에서 시가총액 비중이 큰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하락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이날 삼성전자(-1.93%), SK하이닉스(-0.96%), 한미반도체(-1.23%) 등 주요 종목들이 부진했다.
국내 반도체 관련주들은 경기 침체 우려와 AI 고점 논란이 제기되며 증시에서 맥을 못 추고 있다. 대장주 엔비디아의 이익 성장률 둔화가 이유다. 엔비디아의 지난 1분기 주당순이익(EPS)은 직전 분기보다 18% 늘었지만 2분기에는 11% 증가하는 데 그쳤다. 여전히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지만 주가는 2주간 약 20% 가까이 하락했다.
SK하이닉스가 15만원대로 하락하면서 목표주가 역시 줄줄이 하향 조정되고 있다. DB금융투자는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기존 30만원에서 26만원으로 내려 잡았고 BNK투자증권도 25만원에서 23만원으로, IM증권도 26만8000원에서 21만7000원으로 내려 잡았다.
서승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높았던 AI 기대감과 B2C IT 수요 부진으로 단기 주가 반등 모멘텀은 부재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도 마찬가지다. KB증권은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기존 13만원에서 9만5000원으로 내렸고 현대차증권은 11만원에서 10만4000원으로, DB금융투자도 11만원에서 10만원으로 각각 하향 조정했다.
고영민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AI 관련 제품에 대한 실적 효과가 내년부터 확인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PC·모바일의 더딘 회복세는 단기 실적 증가 기울기를 약하게 할 수밖에 없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증권가에서는 미국 증시가 재차 반등하면 국내 증시도 반등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 증시 반등, 침체 불안 완화 등 미국발 긍정적인 소식에 반도체 비중이 높은 대만의 8월 수출 서프라이즈 소식도 있기 때문에 회복력을 보여줄 것"이라고 했다.
AI 거품론이 제기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AI 반도체의 모멘텀이 이제 막 시작되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스위스 금융그룹 UBS는 AI 관련 산업 매출이 2022년 280억 달러(약 36조7000억원)에서 2027년 4200억 달러(약 550조4900억원)로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9일(현지시간) 나스닥(1.16%), S&P500(1.16%), 다우존스(1.20%) 등 미국 뉴욕 증시 3대 지수는 상승 마감했다. 이날 인공지능(AI) 및 반도체 관련주가 기술적으로 반등하면서 상승을 이끌었다. 엔비디아가 3.54% 올랐고 TSMC(3.80%), AMD(2.83%), 퀄컴(1.63%), Arm(7.03%)도 동반 강세였다.
미국 나스닥 증권거래소도 지난 9일 AI 반도체 투자를 위한 '미국 AI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ASOX)'를 공개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해당 지수는 나스닥 증권거래소가 30여 년 만에 선보인 새로운 반도체 관련 지수다. 미국 주요 거래소에 상장된 AI 반도체 기업 최대 20개 종목이 포함되며 텍사스 인스트루먼트와 인텔 등 AI 경쟁에서 밀려난 기존 레거시 반도체 기업들은 제외된 것이 주요 특징이다.
데이비드 초이 나스닥 아시아태평양지부 인덱스 리서치 총괄 헤드는 이날 ASOX를 소개하며 "AI 여정은 이제 시작 단계일 뿐"이라며 "AI가 굉장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장기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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