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편결제 서비스, 가상자산, 선불식 상조와 같은 신종 금융상품 이용 고객의 자금을 보호하기 위해 예금보험공사의 보호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제언이 나왔다. 특히 현행 법상 선수금의 50%만 별도관리하면 되는 상조업체의 경우 파산 시 고객자금의 절반이 상실될 수 있어 보호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는 25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신종 금융상품의 고객자금 보호방안'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기준 선불충전금, 가산자산예치금, P2P대출 예치금, 상조계약 선수금 이용자의 총 잔액은 18조1000억원 규모다. 상품별로는 상조계약 선수금이 약 9조원으로 가장 많고 가상자산 예치금도 약 5조원에 이른다.
대표적인 사례로 2021년 선불충전금을 돌려주지 않아 총 751억원의 고객 피해가 발생한 머지포인트와 같은해 고객이 맡긴 자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유용해 고객 피해를 초래한 상조업체 한강라이프 등이 꼽힌다.
이들 상품 중 선불충전금, 가상자산 예치금, P2P대출 예치금은 전액 별도관리해야 하는 의무가 있지만 상조계약 선수금은 50%에만 별도관리 의무가 있어 업체 파산시 고객자금의 절반이 상실될 수 있다. KDI가 선불식 상조계약이 법제화된 2010년부터 최근까지 등록된 거의 모든 상조업체를 조사한 결과, 등록이 취소된 업체 중에서 취소 직전 별도관리를 위반한 업체의 비중은 무려 46%였다.
KDI는 이 같은 피해를 막기 위해 업체 파산 후 고객자금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예금보험공사 등 공적 기구가 보상하는 ʻ사후 보호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현재 해외 주요국들은 신종 금융상품을 이용하는 고객자금 보호를 위해 '직접보호제도'와 '간접보호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직접호보제도는 예금보험공사가 은행 예금이나 증권사 예탁금을 보호하는 것과 같이 신종 금융상품 관련 고객자금을 직접보호하는 제도다. 해당 제도는 업체가 보험료를 납부하고 업체 파산 시 예금보험공사가 고객을 보호하는데 이 경우 별도예치 여부와 상관없이 동일한 보험료율이 부과돼 업계나 높은 보험료가 고객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간접보호제도는 업체가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고 은행 파산 시 은행에 별도예치된 자금만 공사가 보호하는 제도다. 이 경우 업체가 보험료를 내지 않기 때문에 부담은 줄지만 별도예치금만 보호되기 때문에 보호의 실효성이 낮다.
이에 KDI는 은행에 별도예치된 고객자금은 간접보호, 이외 고객자금은 직접보호하는 '하이브리드형 보호제도'를 제안했다. 만약 해당 제도에 따라 한 업체가 전체 고객자금 100억원 중 업체가 70억원만을 은행에 별도예치하면 70억원에 대해서는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지만 나머지 30억원에 대해서는 보험료를 납부하게 된다. 이 경우 업체가 파산하거나 은행이 파산해도 고객은 자금을 보호받을 수 있으며 업체도 보험료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다만 KDI는 해당 제도에도 일정 부분 한계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보상 과정에서 예금보험공사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신종 금융상품의 고객자금 총액은 18조원 수준으로, 수 천조원 이상인 기존 금융상품보다 규모가 작아 손실 부담은 크지 않다고 봤다.
KDI 관계자는 "최근 금융 분야가 발전한 주요 선진국은 기존의 예금보험제도를 큰 폭으로 변경해야 하는 부담에도 공적 보호의 대상을 기존의 예금에서 다양한 금융서비스와 유사금융서비스 전반으로 확대하고 있다"며 "초기에는 실행 가능성이 높은 간접보호제도를 시행하면서 미비점을 보완한 후, 향후 상품에 따라 선택적으로 하이브리드형 보호제도로 확대 개편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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