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시장 '양극화'···아파트는 이중가격 심화, 비아파트는 전세가율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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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아주경제]

서울 아파트에서 신규 전셋값과 갱신 전셋값의 차이가 크게 벌어지는 '전셋값 이중가격'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비아파트(빌라·오피스텔) 전세에 대한 기피가 심해지면서 전세가율 하락세를 보이는 모습과 대비된다. 6·27 대출 규제 후 전세 대출이 막히면서 전세시장에서 아파트와 비아파트 사이의 양극화가 두드러지고 있다.

3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전용면적 84㎡는 지난달 26일 15억 5000만원에 신규 전세 계약을 체결했다. 앞서 6월 29일 같은 단지 동일 면적대에서 11억 5500만원에 전세 계약 갱신이 이뤄진 것과 비교하면 전셋값 차이가 4억500만원이나 나는 셈이다. 

계약갱신청구권 사용이 늘면서 전세 시장에서 신규 계약과 갱신 계약 사이의 가격 차가 크게 벌어지고 있다. 7월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1만5838건) 중 갱신 계약은 6528건으로 41.2%를 차지했다.  지난달(38.7%)에 비해 한달 새  2.5%포인트(p) 올랐다. 6·27 대출 규제 후 전세대출 문턱이 높아진 반면, 전세가격은 지속적으로 올라 이중가격 격차를 더 부추기는 모양새다.

반면 비아파트 전세는 인기가 떨어지면서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도 하락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서울 빌라(연립·다세대 주택)의 전세가율 평균은 65.0%로 1년 새 5.8%p가량 떨어졌다. 빌라는 통상 아파트보다 전세가율이 높아 2022년 9월 서울 빌라 전세가율 평균은 82.0%까지 상승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전세 사기 여파로 빌라·오피스텔에 대한 기피가 심해진 데다, 전세가율이 높은 탓에 아파트보다 보증사고 위험이 크다는 인식이 커지면서 전세 인기가 하락하고 있다. 

부동산 중개업체 집토스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거래된 전국 빌라 3채 중 1채는 2년 전보다 전세가격이 하락했다. 서울 지역의 경우 2023년 상반기 2억3089만원에서 올해 상반기 2억3579만원으로 2.4%(489만원) 소폭 상승했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전셋값 평균 상승률 11.7%에는 크게 못 미친다. 오피스텔 전세 가격도 마찬가지여서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6월 수도권 오피스텔 평균 전세가격은 1억9174만1000원으로, 지난해 6월 1억9235만7000원에서 0.3% 떨어졌다.

아파트·비아파트 전세는 공통적으로 월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매물이 급감하고 있다. 아파트 전세는 계약갱신청구권 사용으로 '매물 잠김 현상'이, 비아파트 전세는 전세사기 우려로 월세 수요 증가가 나타나면서다. 서울의 전세 매물은 3일 기준 2만 3193건으로, 한 달 전인 2만 4780건에 비해 6.5% 줄었다.

강서구 등촌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한 임대인은 전세로 내놓은 빌라 4개 방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울며겨자먹기로 월세로 바꿔 내놓았을 정도"라며 "이 곳은 역전세도 많고, 대출 규제 이후로 전세 수요는 더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6·27 대출 규제로 비아파트 전세시장은 더 위축되고, 아파트·비아파트 사이의 양극화는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전세대출 보증 비율이 기존 90%에서 80%로 축소되고, 다주택자 대상 전세 퇴거자금 대출은 아예 막히면서 임대인들의 유동성 부담이 커졌다"며 "특히 다세대 주택 여러 채를 보유한 집주인은 타격이 클 것이다. 부작용 최소화 위해 시장 상황을 주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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