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TT 확산 등 시장 변화 속 영화관 폐업이 늘어나는 가운데, 법원이 장기 임대차계약 해지를 주장한 멀티플렉스 운영사의 청구를 기각하고 건물주 손을 들어줬다.
법무법인 태평양(BKL)은 영화관 건물주를 대리해 멀티플렉스 운영사의 채무부존재확인소송에서 승소했다. 법원은 임대차계약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판단하고, 운영사에 연체 차임 6억원과 월세 4억5600만원의 지속 납부를 명령했다.
해당 사건에서 원고는 2014년 한 펀드와 이 사건 영화관 건물에 대해 임대차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은 20년 장기 계약으로, 연 2% 인상 조건의 월세 4억5600만원을 지급하고, 임차인의 책임 있는 해지 시 잔여 차임을 위약벌로 지급하기로 했다. 이후 피고는 2019년 이 건물을 매입하면서 계약을 승계했다.
하지만 원고는 2024년 2월 코로나19로 인한 영업 타격을 이유로 상가임대차보호법 제11조의2에 따른 법정해지권을 행사하겠다고 통보했고, 같은 달 영화관을 폐업했다. 이어 피고를 상대로 계약 해지의 효력이 발생했다며 차임 등 채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채무부존재확인소송을 제기했다.
원고는 계약 해지의 근거로 △상가임대차보호법상 법정해지권 △사정변경에 따른 계약해지 △계약서상 위약벌 조항을 통한 약정해지권 등을 주장했고, 태평양은 이러한 주장에 대해 법리적으로 법정 해지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다고 대응했다.
태평양은 "원고의 매출 악화 원인은 감염병 조치가 아니라 OTT 시장 확대 등 구조적 변화에 기인한 것이며, 설령 매출이 감소했더라도 이는 계약 해지를 정당화할 만큼 중대한 사정변경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또 계약서에는 위약벌 지급을 조건으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조항이 없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태평양은 원고가 지급하지 않은 차임과 관리비, 지연손해금 등 약 6억원 상당과 향후 계약 기간 남은 월세 총액 약 64억원 지급을 구하는 반소를 제기했다. 법원은 반소도 모두 인용했다.
이번 판결은 영화관 산업 전반의 경영 환경이 악화된 상황에서도 임대차계약의 해지를 제한적으로만 인정한 결정으로 주목된다. 과거 법원이 임대차계약 해지를 인정하고 위약벌 감액을 허용한 사례가 있었던 것과 달리, 본 사건에선 계약이 유효하게 유지되고 원고가 향후 모든 차임을 부담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태평양은 이번 소송에 대해 "시장 환경 변화에도 불구하고 계약의 법적 구속력은 쉽게 무력화될 수 없음을 보여준 판결"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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