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를 앞둔 지난 달, 대미(對美) K푸드 수출은 품목별로 희비가 갈렸다. 라면, 과자, 소스, 인삼 등 주요 가공식품 수출은 일제히 감소했지만 김치 수출 만큼은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가며 대조를 이뤘다.
24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농식품수출정보(KATI)에 따르면, 지난 7월 김치 수출액은 427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23.3% 증가했다. 수출 물량은 1330톤으로 29.7% 늘었다.
반면, 주요 가공식품은 대부분 감소세를 보였다. 라면 수출액은 1427만달러로 1년 전보다 17.8% 줄었고, 과자류는 1981만달러로 25.9% 감소했다. 인삼류(151만달러)와 소스류(730만달러) 역시 각각 13.4%, 7.2% 감소했다. 김치를 제외한 대부분 품목이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업계는 이 같은 차이를 제품 특성에서 찾는다. 유통기한이 긴 라면과 과자 등은 관세 인상 가능성에 대비해 상반기 중 미리 물량을 출하하는 '선출하 전략'을 택했다. 이에 따라 7월 수출 실적에는 기저효과가 반영되며 감소세로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반대로 김치는 발효와 신선도가 중요한 식품인 만큼, 장기 보관이 어려워 현지 수요에 맞춰 수출 시점이 탄력적으로 조정된다. 관세 예고에도 출하 흐름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었다는 평이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관세율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유통기한이 긴 제품은 선제적으로 물량을 보내는 것이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이었다"며 "7월 통계상 수출 감소는 이 같은 선출하 영향이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관세 부담이 본격화된 8월부터는 상황이 더욱 복잡해질 전망이다. 미국은 이달 7일부터 한국산 전 품목에 대해 25%의 상호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이에 따라 수출기업들은 관세분을 자체적으로 흡수하거나, 소비자 가격에 일부 반영하는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 중이다. 그러나 어떤 선택이든 수익성 저하 또는 현지 소비 위축 가능성을 피하긴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삼양식품은 관세 확정 전까지 상반기 중 물량을 미리 확보해 대응했고, 이후에는 미국 내 일부 제품에 대해 가격 조정 필요성을 따져보고 있다. 삼양식품은 올 상반기 기준 국내 전체 라면 수출의 약 60%를 차지하고 있어 이 같은 조치가 업계 전반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관세 충격이 장기화할 경우 제품별 특성과 수출 국가 상황을 고려한 세분화된 전략이 필요하다"며 "특히 미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기업일수록 전략 수정이 불가피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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