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운용사들의 광고·홍보 경쟁도 치열하다. 시장 점유율 1·2위를 다투는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을 중심으로 마케팅비 지출이 크게 늘었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운용사들의 광고선전비 총액은 265억3089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192억8947만원)보다 37% 증가했다.
올해 들어 국내 ETF 시장 규모는 50조원 이상 불어나 220조원에 이르렀다. 상품 수 또한 1000개를 넘었고 거래대금 역시 급증하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대표 투자수단으로 자리 잡은 만큼 운용사들은 투자자 확보를 위해 ‘홍보 전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특히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 간 경쟁이 눈에 띈다. 두 회사는 연초 수수료 인하에 이어 마케팅에서도 정면 승부를 벌이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은 올해 상반기 광고선전비로 92억3731만원을 집행해 업계 1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51억9273만원)보다 약 78% 늘었다. 삼성자산운용은 2020년까지만 해도 ETF 점유율이 50%를 웃돌며 절대 강자로 군림했지만 이후 2위와 점유율 격차가 줄자 마케팅 지출을 크게 늘린 것으로 풀이된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같은 기간 광고선전비를 67억4165만원에서 82억7949만원으로 22.8% 늘렸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2023과 2024년 상반기에는 업계에서 가장 많은 광고비를 집행했지만 올해는 삼성자산운용보다 적게 집행했다.
이 같은 마케팅 비용 지출은 점유율로 연결되는 추세다. 삼성자산운용의 ETF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말 38.2%에서 올해 6월 말 38.7%로 소폭 상승했다. 반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은 36.1%에서 33.6%로 하락했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미래에셋이 1%포인트대 차이까지 좁히며 삼성자산운용을 턱밑까지 추격했지만 역전에는 실패했다.
다른 운용사들도 광고선전비 집행을 늘렸다. KB자산운용(19억4700만원·전년 대비 72% 증가), 한화자산운용(16억3400만원·30% 증가), 키움투자자산운용(8억1500만원·18% 증가), 신한자산운용(6억7400만원·26% 증가) 순으로 집행액이 많았다. 또한 이들 운용사는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핵심 인재를 영입해 점유율 확대를 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운용사 간 마케팅 경쟁이 장기화할 것으로 내다본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브랜드 인지도와 신뢰도가 높은 대형사 쏠림 현상이 여전히 뚜렷하다”면서도 “ETF 시장이 커지는 상황에서 공격적인 마케팅이 시장 판도를 바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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