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유가증권시장(코스피) 기업공개(IPO) 시장이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접어들었다. 명인제약 상장을 끝으로 남은 2025년 하반기에는 코스피 신규 상장사가 더 이상 나오지 않을 전망이다. 대신 코스닥 시장을 중심으로 중소형 IPO가 재편되며 연말까지 공모 시장의 불씨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코스피 시장에 신규 상장한 기업은 LG CNS, 서울보증보험, 씨케이솔루션, 달바글로벌, 대한조선 등이다. 이들 기업의 IPO 공모 총액은 약 1조9468억원, 합산 시가총액은 10조7032억원을 기록했다.
여기에 내달 1일 상장할 명인제약의 공모가는 5만8000원, 시가총액은 약 8468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제약업종 내에서는 12위에 해당하는 중대형 규모다. 이로써 올해 코스피 신규 상장사 시총 규모는 11조원 중반대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제도적인 뒷받침으로 인한 시장 안정성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기관투자자 우선 배정 물량 중 의무보유 확약 비중을 40% 이상으로 했고, 주관사의 자체 물량 1%를 6개월 이상 보유토록 하는 조치도 함께 시행된다.
이는 투기성 수요 억제시키는 효과가 있지만 상장을 고려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이 크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상장 기업 수는 예년에 비해 적었지만 질적으로 우량 기업 중심의 IPO가 이뤄졌다는 평가가 있다”면서도 “4분기에는 실질적으로 시장이 비워진 상태”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간 거론됐던 코스피 대어급 IPO 케이뱅크, 소노인터내셔널 등은 모두 내년으로 상장 시점을 조정했다.
이 중 가장 주목받는 기업은 케이뱅크다. 오는 9월 상장 예비심사 청구를 계획 중이며, 세 번째 도전에 나선다. 케이뱅크는 2026년 7월까지 IPO를 완료해야 하는 조건이 있어 사실상 이번이 마지막 기회다.
최대 변수는 업비트와의 실명계좌 제휴 계약이다. 해당 계약은 오는 10월 만료되며, 재계약 여부에 따라 케이뱅크의 수익구조와 기업가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여기에 재무적 투자자(FI)들의 ‘4조원 이상’ 밸류에이션 요구도 변수다.
소노인터내셔널도 IPO 일정을 미뤘다. 티웨이항공의 자본잠식을 해소하기 위해 약 1100억원 규모의 자본 확충을 먼저 진행한 후, 상장을 다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시장에서는 시가총액 3조원 이상으로 평가하고 있다.
최근 선박·해양용 케이블 제조업체 티엠씨의 경우에는 상장 예비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다만 중복상장 논란이 있고, 심사가 통과되더라도 상장까지는 수개월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연내 상장은 불가능해보인다.
상장 계획을 철회한 기업도 있다. 앞서 디엔솔루션즈와 롯데글로벌로지스도 연내 코스피 상장을 추진했지만 수요예측 부진, 대내외적 금융환경 불확실성 등을 이유로 IPO 계획을 철회했다.
코스피 IPO가 잠잠한 사이, 코스닥 시장은 중소형 IPO를 중심으로 열기를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더핑크퐁컴퍼니가 주목된다. ‘아기상어’로 글로벌 인지도를 쌓은 이 회사는 10월 28일~11월 3일에 기관 수요예측, 11월 6~7일에 일반청약을 진행한다. 공모 예정 금액은 640억~760억원 규모이며,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이 대표주관을 맡았다.
또한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 그린광학, 알지노믹스 등 다양한 업종의 기업이 하반기 코스닥 IPO 시장을 달굴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IPO 시장의 분위기가 회복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 성주완 미래에셋증권 IPO본부장은 “IPO 시장 전반이 중소형주를 중심으로 활기를 띠고 있다”며 “무신사, 컬리 등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벤처·스타트업) 기업들의 상장 가능성도 낙관적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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