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과 멀어지려했는데"...사업 다각화 고심 깊어지는 LG이노텍

  • 아이폰17 인기에 카메라 납품 증량

  • '탈애플' 드라이브 건 전장·기판은 제자리 걸음

 
최근 LG이노텍의 매출 및 영업이익 실적
최근 LG이노텍의 매출 및 영업이익 실적

"애플과 환승이별 준비하고 있었는데, 되레 더 끈끈해져서 어떡하죠."
 
최근 애플을 놓고 LG이노텍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애플 의존도를 낮추고 사업 다각화를 통해서 홀로서기를 준비하고 있지만, 아이폰17이 예상외로 흥행하자 애플과의 거리 두기를 놓고 내부 회의론이 제기되면서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LG이노텍은 최근 베트남 하이퐁 생산법인 신규 공장인 V3 공장 가동에 본격 돌입했다. 애플이 지난 19일 출시된 '아이폰17' 시리즈의 높은 수요로 일부 공급사에 생산량 40%를 확대 요청하자, 핵심 공급사인 LG이노텍도 덩달아 발걸음이 빨라지면서다.
 
V3 공장은 LG이노텍의 범용 카메라 모듈 제품을 생산하는 핵심 기지로 꼽힌다. 2023년 1조 3000억원을 투입해 만든 해외 공장으로 아이폰에 탑재되는 카메라 역시 향후 이곳에서 전담으로 생산돼 공급할 예정이다. LG이노텍은 관계자는 "카메라 모듈 생산 능력이 기존 대비 2배 이상 확대됐다"며 "고객사의 대규모 물량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글로벌 생산망을 구축했다"고 전했다.
 
아이폰17 인기에 힘입어 LG이노텍은 올 하반기 실적도 차츰 회복할 전망이다. 증권가에 따르면 LG이노텍의 3분기 매출액은 4조 9894억원, 영업이익은 1721억원으로 추정된다. 올 2분기와 비교해 각각 27%, 1411% 증가한 규모이다. 나아가 4분기 영업이익은 이보다 더 증가해 3000억원대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2분기 LG이노텍은 영업이익 114억원, 당기순손실 87억원을 기록하며 적자로 돌아선 바 있다.
 
당장 '연속 적자'는 벗어나는 분위기이지만 되레 LG이노텍은 맘 놓고 웃을 수 없다. 지난해부터 '탈애플'을 선언했지만, 애플의 호조로 사업 전반을 '도로 애플'로 가야하느냐를 두고 고민이 짙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LG이노텍은 지난해부터 전장부품, 기판소재 등으로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올 상반기에만 90% 이상(6조 9313억원)을 차지하고 있는 애플의 의존을 낮춰서 사업 안정성을 꽤하기 위해서다.
 
문혁수 LG이노텍 대표는 올 신년사를 통해 "고객의 신뢰를 받는 기술 파트너가 돼야 한다"면서 "전자 부품을 넘어 모빌리티와 로봇 등 다양한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해야 한다"며 사업 체질 개선에 포부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전장과 기판 부문에서 LG이노텍이 업계 후발주자인 만큼, 아직 이렇다 할 생산 능력을 갖추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장의 경우 2022년 1조 9234억 원(9.8%)이던 매출은 지난해 1조 9406억 원(9.6%)을 기록하며 제자리 수준에 머물러 있다.
 
심지어 기판의 경우 같은 기간 2022년 1조 6938억원(8.6%)에서 2024년 1조 4600억원(6.8%)으로 감소했다. 더욱이 기판 시장을 놓고 삼성전기와의 치열한 경쟁에서 자칫 무리한 자금 수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로 최근엔 기술 투자에도 속도 조절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 미국 트럼프발 관세 정책이 전장 부품 업계까지 먹구름이 드리우면서 사업의 방향타 변경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최근 몇 년간 사업 부진에 시달렸지만 그럼에도 LG이노텍의 실적을 견인한 건 다름 아닌 애플이었다"면서 "잠깐의 위기 우려 때문에 역량이 부족한 사업에 밑 빠진 독에 물붓기식으로 투자를 감행하는 게 자칫 기업을 더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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