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중처법 '면책설' 첫 법리 세웠지만…건설업계 "CSO 조건 비현실적"

  • 법원 "CSO가 대표이사에 준하는 인사·예산권 가져야"

27일 서울 강남구 건설회관에서 열린 건설의 날 기념식에서 참석자들이 건설 현장 중대재해 근절과 안전 문화 혁신을 위한 결의문 낭독을 하고 있다 2025827 사진연합뉴스
27일 서울 강남구 건설회관에서 열린 건설의 날 기념식에서 참석자들이 건설 현장 중대재해 근절과 안전 문화 혁신을 위한 결의문 낭독을 하고 있다. 2025.8.27 [사진=연합뉴스]

법원이 중대재해 발생 시 안전보건업무책임자(CSO)가 있다면 대표이사는 중대재해처벌법 대상에서 면책될 수 있다(면책설)는 취지의 법리를 처음 세웠으나, 조건이 까다로워 건설업계에서 난색을 표하고 있다. CSO가 대표이사에 준하는 인사·예산권을 가졌을 경우로 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형사14부(재판장 고권홍)는 지난 23일 아리셀 사건 판결문에서 '사업총괄책임자와 별도로 CSO가 선임됐다면, CSO만 중처법상 안전·보건 확보 의무가 있는 경영책임자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판시했다.

그 이유로 "CSO가 선임돼 있음에도 언제나 대표이사를 중처법으로 함께 처벌하는 것은 이러한 기업 운영의 현실에 반할 뿐더러 기업의 발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대표이사로 하여금 모든 안전·보건 업무를 담당하도록 강제하는 것이 종사자들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는 데 더 부합하는 해석이라 보기도 어렵다"고 부연했다. 

다만 CSO가 "회사 내에서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정도에 그치는 자가 아니라 사업총괄책임자에 준하여 이를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을 가진 최종 결정권을 가진 사람"이어야 한다고 못 박았다. 또 대표이사의 의사결정이 필요한 안전보건업무로 인해 중대재해가 발생한 경우는 예외라고 했다. 

강세영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노동청 등 수사기관에서는 해설서 등을 통해 대표이사, CSO가 같이 처벌받을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가운데 면책설 기준을 제시한 판결로 의미가 있다"며 "다만 인력, 예산, 조직 등 권한을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사람이 CEO인지 CSO인지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CSO 직무를 맡은 박중언 아리셀 총괄본부장은 이 같은 권한이 없었다고 판단, 박순관 아리셀 대표에게 징역 15년형을 선고했다. 그러면서 "주간업무보고는 통상 1~2주 간격으로 빈번하게 이루어졌으며, 매출·수주·생산·인사·재정·안전 등 경영에 필요한 주요한 사항을 모두 포함했다"며 "주요 업무를 모두 대표에게 보고를 한 후 대표가 이를 사후적·묵시적으로 승인하는 방식으로 처리됐다"고 짚었다.

이 같은 판결을 두고 건설업계는 난색을 표했다. 안전 비용에 대한 통제가 어느 정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대표이사라는 건 회사의 총괄 책임인데 CSO가 보고도 안 하면 별도 법인이 아닌가"라며 반문했다.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C레벨이라는 건 높은 책임과 권한이 있고 그에 따른 자율성도 있다는 의미인데, 경영상 서로 논의하는 정도는 필요하다"면서 "보고 받았다고 대표까지 처벌받으면 안전관리 책임자를 따로 두는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최근 대형 건설사들은 안전관리 책임자 직급을 높이고 있다. 포스코이앤씨와 현대건설은 CSO를 의결권 있는 사내이사로, HDC현대산업개발은 사내이사이자 부사장급 지위로 승격시켰다. 삼성물산과 GS건설은 CSO를 부사장급 임원으로 격상했고, 롯데건설은 기존 상무급에서 전무급으로 직책을 끌어올렸다. 다만 중견·중소 기업일수록 상무급 이하인 경우가 많고 그만큼 인사·예산 권한이 적다.

한 대형 로펌 변호사는 "CSO가 최소 전무급 이상은 돼야 어느 정도 예산·인사권을 갖출 수 있어 보인다"며 "더 중요한 건 예산·인사권의 독립성인데, 안전조치 및 비용에 관한 결정을 대표이사 허락을 구하지 않고 사후보고나 통보해 버리는 정도여야 중처법상 경영책임자에 해당한다. 해임도 대표가 아닌 이사회 의결로만 가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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