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내 5대 그룹 총수들과의 '골프 회동'에서 대미 투자에 대한 변함없는 지원과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에 대한 한미 협력 의지를 재확했다. 한미 관세협상이 교착상태인 상황에서 한국 기업들의 미국 투자가 양국의 관계 강화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을 거듭 강조한 조치다. 5대 그룹 총수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골프를 치는 조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한나절 이상을 함께하며 한미 공급망 강화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 18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별장인 마러라고 리조트 인근 웨스트팜비치 트럼프 인터내셔널 골프 클럽에서 열린 골프 회동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참석했다.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 주도로 성사된 이번 모임에는 한국·일본·대만에서 온 기업 총수들이 4인 1조로 편성돼 오전 라운딩부터 만찬까지 약 8시간 동안 동행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같은 조는 손 회장과 프로 골퍼인 게리 플레이어, 브라이슨 디샘보 등으로 알려졌다. 게리 플레이어의 90세 생일을 기념해 열린 비공식 모임으로, 미국 정부 관계자 1명, 프로 골퍼 1명, 기업인 2명으로 팀을 구성했다는 게 미국 고위 관계자의 설명이다.
국내 기업인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같은 조는 아이니었지만 경기 전후, 휴식 시간 등을 이용해 오랜 기간 주요 현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5대 기업 총수들에게 미국 내 투자에 대한 감사 인사와 적극 투자를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조선·에너지 분야에서의 투자 확대를 독려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다만 대미 관세에 대한 직접 언급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골프 회동이라는 사교 자리를 활용해 대중 견제와 한미 관계 강화라는 메시지를 동시에 낸 것으로 보고 있다. 친목 모임이라는 외교적 틀을 활용해 불확실한 통상환경에서도 주도권을 잃지 않겠다는 트럼프 특유의 '실용 리더십'이 발현됐다는 설명이다.
재계 관계자는 "미국의 반도체 수출 통제나 보조금 정책, 이민 정책 등 불확실한 환경이 한국 기업의 투자를 저해하지 않도록 실무적 입장에서 건의하는 자리"였다며 "통상 골프라운드가 6시간 안팎인데 반해 이번 회동은 8시간 정도가 소요돼 그만큼 분위기가 긍정적이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총수들은 골프 회동을 끝내고 속속 현장경영으로 복귀하고 있다. 이재용 회장은 이날 오전 3시, 최태원 회장은 오전 7시에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구광모 회장도 같은날 오후 전용기를 이용해 귀국할 예정이다. 정의선 회장은 아직 미국에 남아 현지 공장을 돌보고 있으며, 김동관 부회장은 유럽지역 방산 세일즈를 위해 폴란드로 출국했다.
특히 정 회장은 이번 골프 회동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국 방문에 대한 기대감을 전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이달 29일 1박2일 일정으로 방한한다. 정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국 방문에 대해 모두의 기대가 크고, 모두가 합심해 준비를 잘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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