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뉴진스가 소속사 어도어를 상대로 제기한 전속계약 분쟁 1심에서 전면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재판장 정회일)는 30일 “양측이 2022년 체결한 전속계약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어도어 승소 판결을 선고했다.
민희진 전 대표의 해임을 ‘신뢰 파탄’ 사유로, 하이브 계열사의 불공정 행위를 ‘보호의무 위반’으로 주장한 뉴진스 측 논리는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원은 감정보다 계약조항을, 여론보다 증거를 봤다.
모든 쟁점에서 패소한 뉴진스
1심에서 뉴진스 측이 제시한 여덟 가지 해지 사유가 모두 기각됐다.
법원은 ①민희진 해임에 따른 매니지먼트 공백, ②연습생 시절 사진·영상 유출, ③하이브 PR 담당자의 폄훼 발언, ④경쟁 그룹 아일릿의 콘셉트 유사, ⑤하이브 직원의 ‘무시해’ 발언, ⑥협력업체 돌고래유괴단 분쟁, ⑦음반 밀어내기 관행, ⑧“뉴진스 버리고 새판 짜면 된다”는 보고서 표현까지 모두 “전속계약상 중대한 위반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제출된 증거만으로 소속사가 중요한 의무를 위반했다는 점이 증명되지 않았다”며 전부 인용(원고 승소)을 선고했다.
핵심 쟁점이던 ‘민희진 해임’에 대해서도 “대표이사 해임만으로 계약상 중대한 의무 위반으로 볼 수 없으며, 민 전 대표의 존재가 전속계약의 핵심 요소로 규정된 사실도 없다”고 했다. 어도어가 해임 이후에도 프로듀서 위임계약을 제시하고, 주주총회에서 민 전 대표 재선임을 추진한 점이 신뢰유지 노력으로 인정됐다.
보호의무 위반, ‘행동의 증거’가 있었다
뉴진스 측은 하이브 계열사의 자료 유출, 경쟁 그룹 아일릿의 콘셉트 유사, PR담당자의 부적절한 발언, 음반 밀어내기 등 여덟 가지 사유를 들어 “소속사가 보호의무를 저버렸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원고가 필요한 조치를 다하지 않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디스패치 기사 삭제 요청, 보안업체 추가 선임, PR 발언 정정 요구, 협력업체 영상 삭제 조치 등 실제 대응이 모두 기록으로 남아 있었다. 결과의 불만족이 아니라 ‘행동의 존재’가 중요하다는 게 법원의 논리였다.
특히 한 멤버가 “하이브 계열사 매니저로부터 ‘무시하고 지나가라’는 말을 들었다”고 주장한 대목은 상징적이었다. 하지만 법원은 이 주장도 배척했다. “하니가 당시 들었다는 말의 정확한 표현이 불명확하고, CCTV 영상에는 오히려 아일릿 멤버들이 먼저 인사하는 장면이 확인된다”는 것이다.
또 “무시해”라는 표현은 민희진 전 대표가 대화 중 처음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적시했다. 재판부는 “원고(어도어)가 관련 영상을 즉시 확인하고 보안팀을 통해 추가 자료를 확보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했다”고 판단했다.
뉴진스가 느낀 감정적 불신은 일견 이해될 수 있지만, 법은 감정이 아닌 행위로 판단했다. ‘보호의무 위반’은 감정의 언어로 제시됐고, 어도어는 증거의 언어로 반박했다. 결국 후자가 법정의 언어였다.
여론전의 부메랑
이번 재판의 분수령은 민희진 전 대표의 카카오톡 대화였다. 법원은 “민 전 대표가 뉴진스를 데리고 하이브로부터 독립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부모를 통한 여론전과 공정위 신고를 지휘했다”고 인정했다. 민사소송에는 형사재판과 달리 증거능력 제한이 없기 때문에, 이 카톡 대화는 그대로 판결문에 포함됐다.
법원은 “어도어의 감사와 해임은 부당한 보복이 아니라, 민 전 대표의 독립 계획에 따른 정당한 대응이었다”고 봤다. 뉴진스 측이 ‘감사·해임이 신뢰 파탄의 원인’이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신뢰 파탄의 출발점은 민희진의 독립 시도’라고 판단했다. 여론전은 감정의 영역에서 공감을 얻었지만, 법정에서는 오히려 패소의 증거로 작용했다.
신뢰 파탄은 계약의 출구가 아니다
재판부는 감정의 파탄과 계약의 파탄을 엄격히 구분했다. “법적 분쟁이 생기면 신뢰는 악화되지만, 그 자체를 해지 사유로 인정하면 전속계약 제도는 유지될 수 없다.” 이번 판결의 핵심 요약이다.
연예인의 자유의사나 인격권 침해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전속계약은 불확실한 데뷔 단계에서 막대한 투자를 전제로 한 계약”이라며 “단순한 갈등이나 불만으로 효력을 부정할 수는 없다”고 했다.
결국 법원은 “뉴진스 측의 해지 통보는 효력이 없고, 어도어는 여전히 매니지먼트 지위를 가진다”고 결론냈다. 패소의 이유는 단순했다. 신뢰를 잃었다는 ‘감정의 증거’는 있었지만, 계약을 끊을 ‘법적 증거’는 없었다.
이날 1심 선고 이후 뉴진스 멤버들은 즉각 항소 의사를 밝혔다. 항소심은 감정의 논리가 아닌 법리의 논리로 다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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