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지라면' 36년만 출시... 김정수 부회장 "정직과 진심의 귀환"

삼양식품, 우지 특유 풍미 살린 프리미엄 '삼양1963' 출시

우지파동에 퇴출 위기도... 과거 논란 돌파한 상징적 귀환

삼양라면의 패키지 변천사와 신제품 '삼양1963'이 전시돼있다. [사진=김현아 기자]

삼양식품이 우지를 활용한 프리미엄 라면 '삼양1963'을 출시했다. 불닭으로 대표되는 글로벌 포트폴리오와 병행해 브랜드 출발점이라 할 수 있는 정통 국물라면 시장 공략에 다시 시동을 거는 행보다.

3일 선보인 삼양1963은 삼양식품이 처음 선보이는 프리미엄 라면이다. 제품명에는 한국 최초 라면인 삼양라면이 처음 탄생한 해인 '1963'을 담아 원조 국물라면의 정체성을 강조했다. 가장 큰 특징은 과거 삼양라면 제조 방식의 핵심이었던 우지를 현대적으로 복원했다는 점이다. 동물성 우지와 식물성 팜유를 황금비율로 혼합한 '골든블렌드 오일'로 면을 튀겨 고소한 풍미와 깊은 감칠맛을 끌어올렸다. 조리 과정에서 오일이 자연스럽게 면에서 배어나와 국물과 조화를 이루는 구조다.

국물은 사골을 베이스로 무와 대파, 청양고추를 더해 깔끔하면서도 얼큰한 뒷맛을 냈다. 단배추·대파·홍고추로 구성한 큼직한 후레이크는 동결건조 후첨 방식으로 식감과 향을 살렸다. 면은 24시간 저온 숙성 과정을 거쳐 탄력 있고 부드러운 식감을 구현했다.

삼양1963은 기획 초기부터 '맛'을 최우선 원칙으로 삼았다. 원가 부담에도 우지를 선택한 것은 이 때문이다. 채혜영 삼양식품 부문장은 "라면 제조의 본질이라 할 수 있는 유탕 공정을 차별화의 지점으로 삼았다"며 "우지는 깊고 진한 풍미를 내는 재료로, 프리미엄 라면에 최적화된 선택"이라고 밝혔다.

 

'삼양1963' 출시 발표회에서 신제품을 들고 있는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 [사진=김현아 기자]

삼양식품에게 우지는 단순한 원재료가 아니라, 1989년 '우지 파동'으로  아픈 상처를 남긴 소재이기도 하다. 당시 삼양식품은 공업용 우지를 사용했다는 의혹에 휘말려 시장에서 퇴출 위기까지 몰렸고, 이후 수십 년간 우지를 언급조차 하지 못하는 시기를 거쳤다. 그런 점에서 이번 출시는 단순한 추억의 맛 재현이 아닌, 과거 논란을 정면에서 마주한 상징적 복귀로 읽힌다.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은 "정직과 진심으로 만든 맛이 36년 만에 제자리를 찾은 상징적인 순간"이라며 "창업주가 평생 마음속에 품고 있던 한을 조금은 풀어드릴 수 있어 울컥했다"고 말했다. 삼양식품이 우지 라면을 다시 꺼내들 수 있었던 배경에는 불닭 시리즈의 글로벌 흥행으로 조직 내부의 자신감이 높아진 점도 작용했다. 김 부회장은 "언젠가는 우지라면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조직 내부적으로 꾸준히 있었고, 지금이야말로 그 시기라는 판단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출시 행사는 삼양라면의 출발점인 남대문 인근에서 열렸다. 창업주 고(故) 전중윤 명예회장이 꿀꿀이죽으로 끼니를 때우는 이들을 보고 라면 개발을 결심한 바로 그 지역이다. 행사 날짜 역시 우지 사건 고소장이 접수된 1989년 11월 3일로부터 정확히 36년 되는 날에 맞춰 진행됐다.

김 부회장은 "삼양1963은 과거의 복원이 아닌 삼양식품의 미래를 위한 초석"이라며 "진심으로 만든 음식은 결국 진심으로 돌아온다는 창업주의 신념을 되새겨 정직한 맛과 진정성으로 삼양의 다음 100년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