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개인 투자자들이 공격적인 '오징어 게임식 투자'를 통해 미국 주식시장에 대거 진입하며 밈 주식(기업 실적보다 유행에 편승한 주식)의 활황과 변동성 확대를 이끌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2일 진단했다.
FT는 '오징어게임 시장: 한국의 개미 투자자들이 미국 밈 주식을 이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같이 밝혔다. 한국예탁결제원 자료에 따르면 올해 10월 말 기준 한국인의 미국 주식 보유액이 1700억 달러(약 250조 원)로 1년 전보다 두 배가량 증가한 가운데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FT는 특히 '개미'로 불리는 한국 개인 투자자들이 국내에서 익힌 '단타·레버리지·집단 매수·높은 리스크 감수 성향' 등의 공격적인 거래 방식을 월가에서도 그대로 펼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올해 미국 시장에 대거 진입한 한국 투자자들은 특히 변동성이 큰 일부 종목의 주가 흐름에 뚜렷한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아카디언 애셋 매니지먼트의 오웬 라몬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올해 '오징어 게임 주식 시장'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한국 투자자들의 투기적 성향으로 인해 미국 증시의 밸류에이션이 왜곡되면서 증시의 속성이 바뀔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는 "또 다른 이론은 미국 주식 시장이 한국 주식 시장처럼 변하리라는 것"이라며 "그들(한국인)은 오랫동안 한국에서 그것(투기성 주식 매수)을 해 왔다. 그것이 미국의 미래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매우 투기적 성향의 주식에 대한) 광신적 움직임은 점점 광기를 더해가는 동시에 더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홍콩계 투자은행 CLSA의 한국 주식 전문가인 심종민 연구원은 한국의 개인 투자자들에 대해 "세계 다른 곳의 여느 개인 투자자들과 다르다. 그들은 전 세계에서 가장 공격적인 투자자"라며 "그들의 매수세가 특정 종목을 단기간에 폭등시키기도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인 투자자들은 지난달에만 비욘드 미트 주식 약 2억3920만 달러를 사들이며 시가총액 9억6000만 달러 규모의 종목을 단기간 급등시킨 바 있다.
아울러 FT는 한국의 주식시장이 AI 산업 성장과 기업 지배구조 개혁 기대감에 힘입어 올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주식시장 상승률을 기록했지만 여전히 많은 개인 투자자들은 미국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짚었다. 이는 코스피 지수가 10년간 두 배 오르는 데 그친 반면, 같은 기간 S&P500은 원화 기준 300% 이상 상승했으며 최근 3개월간 원화 가치가 달러 대비 약 5% 하락한 것도 원인이 됐다.
심 연구원은 "많은 한국인들이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인해 금융 자산에 투자할 수밖에 없다"며 한국 투자자들이 장기적으로 부진한 국내 증시 성과와 높은 부동산 가격, 부의 불평등 탓에 빠른 수익을 쫓는 투기적 투자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미국 가상자산 전문 매체 코인데스크는 9일 "한때 전 세계 암호화폐 시장을 주도하던 한국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으로 이동했다"고 전했다. 업비트의 일평균 거래량은 1년 새 80% 감소했고, 빗썸도 유동성의 3분의 2가 줄었다. 반면 코스피 지수는 연초 대비 70% 급등하며 사상 최고 수준의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가상화폐 시장은 한국의 매수 세력이 빠지며 유동성이 급격히 줄었고 비트코인은 10만 달러 선에서 정체 중이다. 반면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레버리지 거래나 마진 대출이 급증하며 변동성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이처럼 '김치 프리미엄'으로 상징되던 한국의 투기적 열정은 가상화폐에서 반도체 중심의 주식시장으로 옮겨갔다고 코인데스크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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