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뷰] 합당 논의, 국민 납득 먼저 돼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제안으로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구체화되고 있다. 다만 양당은 합당 방식과 조건을 두고 기싸움을 이어가고 있어 혼란만 가중되는 모습이다. 문제는 설득력이 없다. 명확한 방향 제시 없이 "힘을 합친다"는 것 뿐이다. 합당 논의에 국민이 납득할 만한 이유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출발이 불안하면 방향도 흔들릴 수 밖에 없다. 민주당 내에서는 정 대표가 띄운 합당 추진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혁신당은 민주당 내부 논의가 정리된 이후에나 당 입장을 정리할 수 있다며 거리를 두고 있다. 연일 신경전이 벌어지면서 일각의 '흡수 합당론'을 둘러싼 긴장감까지 더해지고 있다. 특히 이 논의가 불편한 이유는 합당 여부가 아닌 과정에 국민이 빠져 있다는 점이다. 정당에서 계산이 먼저 나오고, 국민에게 해야 할 설명은 늘 뒤로 밀린다.

합당을 논의하려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전제가 있다. 왜 합쳐야 하는지, 합치면 무엇이 달라지는지, 변화가 누구를 위한 것인지는 국민이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권 내부의 이해 관계가 아니다. 합당은 정치인들의 선택이지만, 결과를 감당하는 것은 국민이다. 명확한 답 없이 진행되는 합당은 정치 공학적 결합일 뿐 국민 선택으로 인정받기는 어렵다. 목적이 아니라 수단으로 정당성을 얻으려면 당사자들 합의보다 국민 이해와 동의가 먼저여야 한다.

무엇보다 양당 결합은 정치적 편의성 외 어떤 공공적 필요가 있는지 불분명하다. 혁신당은 기존 정치에 대한 실망과 분노, 검찰 권력에 대한 문제 의식 등 개혁의 출구로 등장했다. 이 같은 지지에는 민주당과 다른 문제 의식이 담겨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합당이 과연 이 부분을 제대로 반영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민주당 책임은 더욱 무겁다. 선거에서의 이득을 계산한 선택일 수 있지만, 동시에 중도층에게는 정치적 부담을 전가하는 결정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책임을 말하지 않고 셈법만 내놓는다.

더 큰 문제는 논의 방식이다.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하면서도 정치권의 분위기는 이미 결론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당원과 지지자는 통보 받고, 국민은 언론을 통해 판단해야 하는 처지다. 정치가 이렇게 작동한다면 민주주의는 형식만 남게 된다. 국민들의 한 표에는 서로 다른 판단과 감정, 기대가 담겨 있다. 그러나 합당이라는 말이 등장하는 순간 복잡한 선택들은 한번에 정리되고 국민 입장에서는 자신의 선택이 아무 설명 없이 재편되는 것이다.

가치와 노선, 당 운영 방향에 충분한 합의 없이 추진되는 합당은 단기적으로는 박수를 받을 수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실망을 낳기 쉽다. 과거 졸속 합당이 반복적으로 실패해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중요한 것은 통합의 속도가 아니다. 혁신당이 제기한 문제 의식이 민주당을 자극하고, 민주당의 정치력이 신뢰 받는 구조가 만들어질 때 비로소 '연대'는 힘을 가진다.

정당 합당은 권력 구조를 재편하고, 국민들이 행사한 표의 의미를 다시 배열하는 중대한 결정이다. 민주당을 선택한 유권자와 혁신당을 지지한 유권자의 기대는 같지 않다. 차이를 설명하지 않는다면 합당은 통합이 아니라 통보가 될 뿐이다. 신뢰를 위해서는 조용한 밀실 논의보다 공개적인 설득이 필요하다. 국민이 납득하지 못하는 합당은 결국 정치만을 위한 정치로 남게 될 것이다.
 
조현정 정치사화부 차장
조현정 정치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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