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증권사 폭리에 '열중쉬어'

소비자 피해봐도 "업계 자율에 맡겨야"

금융감독원이 고객에게 줘야 할 이자를 이용해 다른 증권사보다 최대 2배까지 폭리를 챙겨 온 대신증권과 동양종금증권에 대해 손을 놓고 있다.

3일 금감원과 대신.동양종금증권에 따르면 두 증권사는 지난해까지 분기보고서를 공시하면서 예탁금수익과 이자 모두 공개하지 않았다.

소비자가 다른 회사보다 이자를 적게 받아 손해를 보더라도 사실을 확인할 길을 막았던 것이다.

그러나 금감원은 '예탁금에 대한 이자율은 증권사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애꿎은 소비자만 피해를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더 주는 줄 알았더니=증권사가 고시하는 이자율이 거의 같다는 점이 소비자를 더욱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가장 많은 이자를 주는 대우증권이 주는 이자율은 최소 0.3%에서 최고 2.25%이며 대부분 증권사와 마찬가지로 예탁금이 100만원을 넘으면 구간마다 차등을 두고 있다.

대신증권은 이에 비해 0.3%~2.0%로 최소 이자율은 오히려 대우증권보다 높다. 동양종금증권도 0.25%~2.0%로 대우증권과 비슷한 수준이다.

두 회사가 고시한 이자율만 놓고 보면 소비자가 다른 회사에 비해 이자를 적게 받고 있다는 생각을 하기 힘들다.

하지만 대신증권은 지난해 4~12월 예탁금수익 가운데 12.08%만 이자로 지급해 25.57%를 돌려준 대우증권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동양종금증권도 공식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13%를 밑돌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대신증권과 동양종금증권은 이자율이 다른 회사와 비슷한 것처럼 고시했지만 최소.최고 이자율의 중간 구간에서 현저히 낮은 금리를 적용하는 식으로 과도한 이득을 챙긴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감사인이 공개 말렸다"=대신증권과 동양종금증권은 최근까지 이자 규모를 공개하지 않은 이유로 감사를 맡고 있는 회계법인이 비공개를 권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감사인인 삼일회계법인과 상의 끝에 손익계산서 안에 예탁금 이자 항목을 빼기로 했던 것"이라며 "당시 분기보고서 양식이 증권업회계기준에 어긋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동양종금증권 관계자도 "한영회계법이 감사인으로서 부정적인 의견을 나타내 이자규모를 다른 계정에 합산해 공시했다"며 "다음 분기보고서부터 다른 증권사 수준으로 세부항목을 공개할 수 있도록 재무부서에 건의했다"고 답했다.

금감원은 증권사가 증권업회계기준을 위반하지 않는 선에서 손익계산서의 세부항목을 묶어서 공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투자자가 회사의 경영을 쉽게 알 수 있도록 공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도 "증권사가 재무제표를 작성하면서 증권업회계기준을 어기지 않았다면 문제삼기 힘들다"고 말했다.

조준영 기자 [e-mail]<ⓒ'아주뉴스'(www.ajnews.co.kr) 무단 전재 및 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