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가치 하락 장기화 가능성 크다"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08-03-17 18:13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전문가들 "1050원도 돌파"
성장률 전망 하향 불가피

원화가치 추락이 국내 경제에 미칠 파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외환시장 전문가는 급격한 원화가치 평가절하에 대해 외국인의 국내증시 이탈과 무역수지 적자 추세, 외환정책 변화 가능성이 뒤섞인 결과라고 분석했다.

연중 고점에 대해서는 환율 상승세의 장기화에 무게를 두면서 외환당국이 환율 상승을 묵인한다면 1050원도 돌파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상승폭이 과도했다는 인식과 함께 하반기 들어 1000원 아래로 떨어지며 진정세를 보일 것이란 견해도 있다.

원화가치 하락은 수출에는 이로울 수 있지만 최근처럼 단기 급락한 경우는 물가와 금융시장 전반에 악영향을 미쳐 결과적으로 경제성장률을 떨어뜨릴 것으로 보인다.

◆왜 오르나=원.달러 환율의 급등은 외국인의 국내증시 이탈이 속도를 내는 가운데 국제유가 급등의 여파로 무역수지가 지난 2월까지 3개월 연속 적자 행진을 지속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외국인 투자자는 국내에서 주식을 팔고 다시 국내채권에 투자하는 행태를 보여왔지만 최근 칼라일캐피털과 베어스턴스 사태와 같은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부실의 여파로 위험자산을 기피하고 주식을 판 돈을 달러화로 바꿔 본국으로 송금하고 있다.

외국인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9개월간 약 4조3천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했다. 최근 12거래일간 80원 가량 급등한 것은 주식 배당금의 본국 송금까지 겹친 데 따른 것이다.

투신권이 역외펀드의 투자 수익률이 떨어지면서 수익 감소분에 대한 환위험 헤지를 청산하기 위해 선물환 매수에 나서고 있는 점도 환율 급등에 일조하고 있다.

특히 새 정부의 외환정책이 이전과 확연히 달라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점도 심리적 달러화 매수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환율 정책에 있어 강경파로 간주되는 기획재정부 강만수 장관과 최중경 차관이 외환정책 사령관으로 부임함으로써 환율 상승에 우호적인 분위기가 조성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어디까지 오를까=원화가치가 치솟으면서 연내 고점 역시 주목된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환율 상승세가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외환당국이 환율 상승을 묵인한다면 1050원 선을 넘어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원.달러 환율의 상승이 일시적인 수급 요인 뿐만 아니라 단기간에 마무리되기 어려운 세계적 신용경색에 기인하고 있어 지난 4년간의 하락세에서 벗어나 상승 추세에 진입했다는 분석이다.

신한은행 금융공학센터 홍승모 과장은 "세계적 신용경색 문제가 상반기 내 마무리 되지 못하고 하반기까지 진행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워졌다"며 "1015원 선이 돌파되면서 기술적으로 1050원 선을 노릴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단기간에 상승 폭이 과도했다는 인식이 우세한 상황이어서 추가로 급등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현대증권 이상재 팀장은 "최근과 같은 원.달러 환율의 급등세는 추세적인 원화 가치의 하락을 용인하고 있는 외환당국으로서도 수용하기 어렵다"며 "단기적으로 1000원 내외에서 안정되면서 연말 환율은 1020원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연말쯤 세자릿수로 복귀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신용경색 현상이 해소되면서 외국인들이 증시로 복귀할 경우 원화의 약세 행진이 멈출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금융연구원 송재은 연구원은 "환율이 단기 급등하고 있지만 상승 추세로 보기는 어렵다"며 "장기적으로는 환율이 완만한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성장률 하락 불가피=원.달러 환율 급등은 오일쇼크 수준의 고유가와 맞물려 국내 물가에 직격탄이 될 전망이다. 경상수지가 악화되는 가운데 물가마저 불안해진다면 경제성장률 하락은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수출업체는 환율 상승이 반가울 수 있지만 물가와 금융시장 불안을 야기해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환율 상승이 세계 경제 위축에 기인하기 때문에 국내 기업의 수출 물량 감소로 이어질 수도 있다.

환율이 높아지면 수입원가 상승세가 더욱 속도를 내면서 물가불안 심리를 자극해 다른 물가의 연쇄적인 상승도 부추길 수 있다.

수입원가 상승은 무역수지 측면에서 마이너스이며 해외자본이 환차손을 우려해 국내 직접투자나 주식투자를 기피한다면 자본수지 측면에서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LG경제연구원 송태정 연구위원은 "현재 시점에서 원.달러 환율 상승은 종합적으로 우리나라 경제에 마이너스이며 성장률을 낮추는 요소가 될 것"이라며 "예상보다 가파른 환율 상승을 반영해 기존 성장률 전망치(4.9%)를 다소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원자재가격의 고공행진과 세계 경제의 둔화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출은 기대만큼 늘리지 못하면서 수입부담을 증가시킬 수 가능성이 높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임경묵 연구위원은 "환율 상승 자체는 수출기업에 도움이 되겠지만 물가 상승으로 인해 내수경기가 침체되고 이는 다시 투자부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면서 "특히 국내총생산(GDP)과 국민총소득(GNI) 간의 격차가 벌어져 체감경기는 더욱 악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조준영 기자 jjy@ajnews.co.kr
<ⓒ'아주일보'(www.ajnews.co.kr) 무단 전재 및 배포 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