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과 우리금융지주 등 금융공기업에 대한 민영화가 속도를 내기 시작하면서 은행권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은행 간 인수합병(M&A) 등 이번 금융공기업 민영화 과정에서 소외될 경우 자칫 2류 은행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은행들의 몸집 불리기보다는 금융산업의 가치창출 능력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민영화가 진행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 민영화 뒤 은행권 판도는 = 정부는 올해 안으로 산업은행을 지주회사로 전환하고 내년부터 2010년까지 지분 49%를 매각할 계획이다. 이후 2012년에는 나머지 지분까지 매각해 완전 민영화를 이룬다는 방침이다.
이럴 경우 산은지주회사의 자산은 100조원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1분기 기준 총자산 108조원을 기록한 외환은행과 비슷한 규모다.
이에 따라 국민은행 등 대형 시중은행들도 산업은행 민영화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국민은행은 HSBC의 외환은행 인수가 무산될 경우 외환은행 인수전에 다시 뛰어들 계획이지만 외환은행 인수가 물 건너갈 경우 산업은행 등 민영화를 앞두고 있는 금융공기업의 인수합병에도 나설 의사가 있음을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국민은행은 연초 발행주식의 20% 이내에서 전환주를 발행할 수 있도록 정관을 변경한 바 있다. 전환주는 자본으로 분류돼 부채 비율의 제한을 받지 않고 신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은행권에서는 국민은행이 인수합병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정관 변경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 우리금융·기업은행 민영화도 급물살 = 우리금융과 기업은행에 대한 민영화 작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는 하반기 중으로 정부가 보유 중인 우리금융 지분 72.97% 가운데 51%를 매각키로 결정했다.
정부는 우리금융과 기업은행에 대한 민영화 작업을 산업은행보다 1~2년 빨리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2010~2011년에는 새 주인의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특히 1분기 현재 총자산 307조4000억원을 기록하는 등 국내 최대 금융그룹인 우리금융을 인수하는 금융회사는 단숨에 업계 1위로 뛰어오를 수 있다. 자회사인 우리은행만 인수하더라도 자산을 236조원 가량 늘릴 수 있다.
기업은행도 총자산 129조4000억원으로 은행권 판도를 바꿔놓을 만한 규모이며 우리금융의 자회사인 경남은행과 광주은행도 각각 부산·경남지역과 광주·전남지역에서 확고한 기반을 갖춘 알짜 은행이다.
◆ 부가가치 제고가 민영화 핵심 = 정부의 금융공기업 민영화 추진은 단순히 금융회사들의 외형 확대를 도모코자 하는 것이 아니다. 정부는 민영화를 통해 금융산업의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국내 금융회사의 해외 진출을 독려해 부가가치 창출과 경쟁력 강화를 이룬다는 방침이다.
전문가들도 은행들이 민영화 대상인 금융공기업 인수를 마치 몸집 불리기를 위한 수단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특히 지난 1997년 말 33개였던 국내 은행이 외환위기 이후 인수합병을 거치면서 18개로 줄어들면서 규모는 커졌지만 비이자부문 수익구조나 해외자산 비중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2006년 현재 국내 은행들의 해외자산 비중은 2.5% 수준으로 스위스계 UBS의 91%는 물론 씨티그룹과 HSBC의 51%와 56%에도 훨씬 못 미치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규모의 경제가 아닌 범위의 경제를 실현한다는 측면에서 금융공기업 민영화가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송혜승 기자 hssong00@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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