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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3일 오전 과천 정부종합청사에서 미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관련해 미국 측에 30개월령 이상 쇠고기 수출 중단 요청을 할 것이라고 밝힌 뒤 침통한 표정을 지으며 기자실을 떠나고 있다. |
정부는 이를 위해 장관고시를 중단하는 강경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쇠고기 통상문제에서 어느 정도 영향을 발휘할지 미지수다.
특히, 지난 4월18일 사실상 ‘조건 없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서 ‘광우병발병물질(SRM) 모두 제거’하고 장관 '고시, 검역 유보'까지 이끌어낸 촛불시위가 어느정도 영향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진다.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키’를 쥐고 있는 미국도 기존 합의문 중용에 무게를 둘 가능성이 높지만, 쇠고기로 촉발된 수출문제가 자칫 '미국산 불매'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부분은 부담이다.
◆고시·검역 유보 의미=3일 한승수 총리와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 류우익 대통령 실장이 참석한 고위 당·정·청 협의에 이은 브리핑에서 정운천 장관은 "국민이 가장 우려하는 30개월 이상 쇠고기는 수출 중단해주도록 미국에 요청했으며 이에 대한 미국측의 답신이 올 때까지 수입위생조건 고시와 검역을 유보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정 장관의 발언에서 핵심적인 내용은 ‘고시·검역 보류’다.
이는 미국의 답신이 오기 전까지는 미국 쇠고기 검역이 중단되고 유통과 수입도 전면 보류된다는 의미로 지난 4월18일 타결된 한·미쇠고기 협상과 5월 20일이 추가 서면교환 내용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이 때문에 ‘재협상’에 무게 중심이 옮겨가고 있지만, 정부는 공식적으로 '재협상'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고 있다.
외교통상부를 비롯한 정부 관계자들은 미묘한 상황이어서 뭐라고 표현하기가 힘들다면서 '재협상'이라는 표현은 쓰지 말아달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양국 정부가 이미 협의를 시작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미국의 통상전문지 인사이드 유에스 트레이드는 2일 "미 무역대표부(USTR)가 한국 쇠고기시장 개방문제와 관련해 수 일째 한국 정부와 '협상하고 있다'(negotiating)"고 보도했다.
◆미국 수용여부가 관건=한미 쇠고기협상에서 정부가 연이어 추가협상(재협상)을 요구하면서 미국측의 눈치를 봐야할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우리의 요청을 연거푸 받아들일 가능성은 높이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이 이번에도 한국의 요구를 수용하면 남아있는 일본과 대만 등 다른 국가와의 쇠고기 협상에도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는 이날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해 사실상 재협상을 요청한데 대해 "지금까지 항상 말해왔듯 재협상할 필요성은 못느낀다"고 밝혔다. 미국내에서도 이 같은 입장이 감지되고 있다.
쇠고기 협상이 공정했다는 미국 고위관료들의 발언에 이어 자유무역협정(FTA)을 비롯한 통상현안에 큰 영향력을 갖고 있는 미국 하원 세입위원회 찰스 랑겔 의원(민주당)도 2일(현지시간) 주한 미 상공회의소 주최로 미국 뉴욕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쇠고기 전면 재협상은 안된다"고 선을 그었다.
그렇다고 미국측이 당초 합의문을 고수할 경우 양국 통상이 악화될 수 있다는 것은 부담이다.
이 때문에 한국의 국내상황을 고려해 ‘30개월 이상 쇠고기를 일정기간 수출하지 않겠다’는 등의 ‘조건부 수용’을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
이럴 경우 미국측은 합의문은 그대로 놔 둔 채 SRM사태와 같이 ‘양측 정부의 별도 서면 교환’이나 ‘선언’을 취하는 형식이 유력해 보인다.
또 미국 정부가 아닌 미국 쇠고기 수출업체들이 ‘30개월이상 쇠고기를 수출하지 않겠다’고 결의하는 방안도 있을 수 있으나, 이들은 월령표시기간을 최대 120일로 한정한 상태로 실효성은 의문시된다.
◆촛불집회 영향력은=한미쇠고기 협상에 대해 ‘추가 서면 교환’과 ‘고시 철회’까지 이끌어 냈던 촛불집회가 양국 통상외교에서 어느 정도 힘을 발휘할 지도 관심이다.
미국산쇠고기 수입 거부로 시작된 촛불집회는 인터넷을 통해 각종 괴담을 쏟아내며 급속도로 퍼져갔다.
이후 지난달 말 정부가 쇠고기 고시를 강행하자 집회 참여자들은 더욱 늘어났고, 이 과정에서 경찰과 몸싸움이 벌어지고 ‘살수기’가 등장하는 등 첨예한 갈등 양상을 빚고 있다.
게다가 시위는 쇠고기 수입 반대에서 ‘고시철회’ ‘수돗물 괴담’ ‘대운하반대’에 이어 ‘탄핵’이라는 피켓까지 등장하는 등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번지고 있다.
정부는 이 같은 문제에 대해 수돗물 괴담은 물산업지원법 연기를 발표했고, 대운하에 대해서는 보류라는 특단의 대책을 마련했다.
그러나, 촛불집회의 가장 핵심사안인 쇠고기 문제에 대해서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이 때문에 정부의 이번 재협상이 민심을 어느 정도 수습할 수 있을지 관건이다.
특히, 촛불집회는 한국 정부는 물론 미국정부에게도 압박을 가할 것으로 보여 한미쇠고기 협상의 ‘변수’로 등장할 전망이다.
미국으로서는 힘겹게 이끌어낸 미국산 쇠고기 수출이 한국 정부가 아닌 국민들이 반대하고 있다는 부분은 고민이다.
미국이 당초 협정한데로 한국에 쇠고기를 수출하게 될 경우 가뜩이나 좋지 않은 여론이 자칫 ‘미국산 불매운동’으로 번질 경우 미국경제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신종명 기자 skc113@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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