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서 플라스틱파이프를 생산하는 A사는 지난달 골프장 건설사와 4월 기준 원자재 가격에 맞춰 120여톤의 납품계약을 체결했다.
그런데 5월 원자재 가격이 2만원, 6월엔 4만원 인상됐고 회사는 계약조건이 계약단가의 5% 변동사유에 미달돼 원재료 인상분을 반영받지 못한채 720만원의 손실을 봤다.
A회사 관계자는 “대기업이 3개월 단위라도 원료가격예고제를 시행했다면 이런 피해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에서 비닐봉투를 생산하는 B업체는 매달 200톤 가량의 석유화학 원료를 C대기업으로부터 공급받는다.
C사는 미리 가격을 정하지 않고 원료를 먼저 공급한 후 익월 인상분이 있을 때 일방적으로 인상된 단가를 통보한다.
그러다보니 매달 원료를 공급받아 생산하는 B사로서는 인상분을 매출원가에 적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 국내원료가 해외시세보다 비싸 국제경쟁력도 약하다며 볼멘소리를 한다.
B회사 관계자는 "매달 인상분에 따라 대기업들이 담합해 가격을 함께 올린다“며 ”공정위에 적발돼 과징금을 내더라도 담합해서 남기는 돈이 더 많기 때문에 과징금 효과가 없다“고 말했다. 또 ”국내 원자재는 1톤당 180만원 정도지만 중국 등 해외 원자재는 이보다 싸 국제 경쟁력도 없다“고 말했다.
원자재 가격의 투명성을 놓고 대기업에 대한 중소기업의 불신이 큰 것으로 드러났다.
중소기업중앙회가 320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중소제조업의 대기업 원자재 구매에 따른 애로요인’조사 결과에 따르면 95.8%가 ‘독과점적 대기업의 원자재 가격결정 합리화 방안’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조사결과 중소기업의 84.8%는 ‘대기업이 독과점적 원자재가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답해 대기업들의 원자재가격 공개가 투명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대기업들이 원자재 가격을 어떻게 결정하고 있는가’는 물음에 65.2%가 ‘대기업들이 담합하여 결정’한다고 답했으며 ‘대기업들이 개별적으로 결정한다’가 22.8%, ‘모르겠다’가 12.0%로 조사됐다.
기업체들의 57.7%는 대기업이 제시하는 가격이 해외가격보다 비싸다고 답했으며 ‘비슷하다’는 29.2%, ‘저렴하다’고 답한 기업은 13.1%였다.
원자재 구매 과정에서 애로사항을 묻는 질문에 ‘대기업이 원자재를 공급한 후 가격을 일방적으로 통보’가 66.0%, ‘대기업 담합으로 시장가격보다 높은 가격 유지’가 42.8%로 가격결정 과정에서 가장 큰 불만을 느끼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외에도 ‘대기업이 판매계열사를 통해서만 원료를 공급해 구매 가격이 높음’ 30.9%, ‘대기업이 수요 중소기업에 대해 거래를 거절하거나 공급물량, 가격에서 차별취급’이 23.5%였다.
또한 ‘대기업으로부터 구입하는 원자재 가격을 예고받고 있는가’하는 질문에 24.3%가 ‘받은 적 없다’고 했고 ‘과거에는 받은 적이 있으나 현재는 없다’고 응답한 업체도 10.2%였다.
하지만 가격예고를 받고 있다는 업체들의 76.9%는 ‘구두’로 통보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인터넷 홈페이지 게시’를 통해 통보받는 업체는 2.1%에 불과했다.
한편 원자재 구매 시 가격결정 시점은 ‘원자재 구매 후 결정’이 52.7%, ‘원자재 구매 전 결정’ 27.0%, ‘원자재 구매시 결정’이 19.4%로 나왔다.
최소영 기자 choi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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