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의 13일 총파업으로 국내 산업계가 긴장감에 휩싸였다. 화물연대의 총파업 또는 집단운송거부는 가공할 만한 파괴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자동차나 철강, 전자 등 특정 부문의 파업 영향력은 해당 산업에 국한되지만 화물연대는 사정이 다르다. 산업전반에 국가경제에 치명타를 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체에 비유하자면 ‘동맥경화증’이다. 피가 안돌면 심장마비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화물운송 시장의 점유율은 3%로 작아 보이지만 우리나라 수출입 물동량의 20%가 이들에 달려 있다. 화물연대는 지난 2002년 10월 말 출범했고 2006년 투표를 거쳐 운수노조 산하로 전환했다. 국내 전체 화물차 37만여대 가운데 1만2천대 가량이 가입해 있으며 컨테이너트럭과 BCT(벌크시멘트트레일러) 차량이 주축이다.
관련 전문가들은 이번 총파업을 2003년 화물연대 파업보다 더욱 심각하게 여기고 있다. 2003년도에 경험했지만 노조원들이 비노조원의 차량 운행을 저지하거나 의왕기지나 항만 등을 봉쇄할 경우 화물 운송이 사실상 불가능해지는 상황이 뻔하다. 더구나 이번에는 기름 값이 대폭 올라 비노조원조차 비상수송에 나서길 꺼리고 있어 별다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화물연대가 파업 이유는 운송료 개별협상과 근로환경 개선이다. 화물연대에 따르면 남는 것이 없다는 주장이다. 5톤 화물차량으로 서울~부산을 운항하면 하루 80만원의 운송료를 받지만 경유값 인상으로 수입보다 지출이 더 커져 버렸다는 것.
왕복 기름값 60만8,000원(320ℓㆍℓ당 1,900원), 통행료 7만5,000원, 알선수수료 5만원, 지입료(소속 회사에 납부) 1만원, 바퀴 등 차량수리비 5만원, 보험료, 식사비까지 따지면 유가보조금 9만원을 받더라도 전체수익은 마이너스가 된다는 것이 화물연대의 주장이다.
총파업에 대해 한나라당과 정부는 화물연대 측과 접촉을 시도하는 등 안간힘을 쏟고 있다.
강재섭 대표는 지난 12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화물연대 총파업으로 인해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에 악영향의 우려가 크다. 지난 2003, 2006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극심한 물류대란이 예상되기 때문에 어떤 경우에도 총파업은 안 된다. 정부와 화물연대는 모두 역지사지의 자세로 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임태희 정책위의장은 “화물연대 측과 지난 주말부터 접촉을 시도했지만 약속이 됐다가 취소되기를 반복하면서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계속해서 화물연대에서 요구하는 여러 정책사항에 대해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임태희 정책위의장은 “화물연대 파업의 문제는 운송유통구조가 심각한 데서 오는 측면이 크다. 화주와 지입차주들 사이의 주선회사가 가져가는 수수료가 30∼40% 정도된다”며 “낡은 화물운송 관행으로 지적돼온 다단계 주선을 단일화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류근원 기자 oppa@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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