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25일 전략기획실 해체와 사장단협의회 체제로의 전환을 발표함에 따라 삼성 계열사들은 ‘독립경영’ 체제에 돌입하게 됐다.
이와 관련, 그룹 안팎과 관련 업계는 계열사들의 독립경영 체제에 대해 걱정은 하면서도 새로운 도전이라는 해석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순봉 삼성전자 전략기획실 부사장은 사장단협의회에 구속력이 배제돼 독립경영 체제에 대해 우려의 뜻을 나타냈다. 삼성 계열사들의 공동 대응 등에 대한 대응 방안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사장단협의회, 말 그대로 협의···구속력 없어
삼성그룹 전략기획실 해체로 인해 삼성의 계열사 사장단 40여명은 향후 사장단협의회를 통해 사업을 조정하게 된다.
하지만 사장단협의회는 말 그대로 협의만 있을 뿐, 구속력을 갖지는 못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이유로 계열사 간 회의 때 의견들을 어떻게 수렴할지가 향후 관건이다.
특히, 사장단협의회를 지원하기 위해 투자조정위원회와 브랜드관리위원회를 산하에 신설했지만 이 위원회들 역시 역할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 역시 두 위원회의 지원만으로는 사장단협의회의 여러 가지 안건을 지원하기에 역부족이라는 이유에서이다.
윤순봉 전략기획실 부사장은 “그룹 내 공동 대응이 필요한 의사 결정 요소가 앞으로 많을 것이다. 그런데 사장단협의회가 구속력이 없어 걱정이다”며 “시험 단계에 있는 계열사 간 독립경영체제 하에서 어떤 일이 생길지 아무도 알 수 없다”고 우려의 뜻을 나타냈다.
◆독립경영체제, 과연 성공할까?
삼성의 이번 계열사 독립경영체제로 인해 계열사 간의 경쟁이 더욱 더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사장단협의회가 파행을 걷는다면 그룹 내 전체 의사결정에 마비가 올 수 있다는 우려 또한 자리한다.
윤 부사장은 “이번 삼성의 결정은 전 세계 대기업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구조”라며 “선행 모델이 없기 때문에 어떤 부작용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계열사별 독립 경영 체제는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윤 부사장은 또 “계열사 모두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고 이사회의 의견을 존중할 것”이라며 “사외 이사 중 50% 이상을 삼성과 관련 없는 사람들로 채우겠다는 약속도 충실히 이행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전략기획실 있을 때도 다툼 있었다?
예전 삼성전자는 정보통신총괄에서 독자적으로 내비게이션을 개발하거나 UMPC의 성격을 가진 와이브로 단말기를 개발하는 등 타 계열과 중복되는 사업에 투자하는 일들이 심심찮게 발생했다.
하지만 삼성SDI와 삼성전자는 PDP와 LCD의 화질과 시력감퇴 문제를 놓고 치열하게 다퉜던 사례가 있다.
이는 금융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삼성생명의 경우, 삼성화재, 삼성증권과 같은 금융 계열사들의 업무 구분이 모호하며, 향후 동반 성장을 위해서는 금융 계열사 간의 사업 구조 정리도 시급한 상황이다.
▲관련 업계, NEW 삼성 기대한다
삼성의 이번 특수한 구조조정의 사례를 놓고 관련 업계 또한 새로운 지배구조 모델로 받아들이고 있는 상황이다.
전통의 라이벌인 LG전자 측은 “국내 대기업으로는 특이한 구조조정이다. 사장단협의회를 통해 의사 결정을 한다는 게 주목할마하다”며 “새로운 모델을 제시해 성공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는 삼성 또한 마찬가지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기존 전략기획실이 갖고 있던 부정적인 이미지를 벗어나 재도약 하는 계기가 될 거”이라며 “경영 혁신을 이룰 수 있는 좋은 시기”라고 밝혔다.
나원재 기자 wjstyle@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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