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9일 정권 수립 60주년을 맞아 열린 노동적위대 열병식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음에 따라 최근 다시 제기된 '건강이상설'이 증폭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991년 12월 북한군 최고사령관에 취임한 이래 열린 10차례 노동적위대 열병식에 빠짐없이 참석해왔기에 이번 열병식 행사 불참은 외부 관측자들에게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는다.
이에 앞서 7일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66세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난달 14일 군부대 시찰 때 마지막으로 목격된 후 3주 이상 공식석상에 나타나지 않았다며 작년 5월 이후 잠잠했던 '건강이상설'을 다시 제기했다.
인디펜던트는 정보 소식통을 인용, 3주일 전 중국 의사 5명이 북한에 들어갔으며 아직도 북한에 체류중이라며 9일 60주년 행사에 나타나지 않는다면 건강이 악화됐다는 신호일 수 있다고 전했었다.
이와 함께 타임스와 텔레그래프는 같은 날 인터넷판에서 일본 와세다 대학 시게무라 토시미츠 교수를 인용하여 김 위원장이 2003년 9월10일 이후 42일 동안 공식적인 자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으며 그가 당뇨병으로 숨졌다는 주장을 잇따라 보도했다.
신문들은 이후 4명의 대역이 공식석상에서 그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고 전했다.
9일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정권 수립 60주년 행사에 김 위원장이 불참했고 중앙TV는 8시 정규뉴스 시간에 정권 수립 60주년을 축하하는 각국 정상의 축전 등은 소개하면서도 퍼레이드와 김 위원장의 동정은 언급하지 않는 일련의 상황들이 김정일 건강이상설을 증폭시키는데 뒷받침이 되고 있다.
또한 대규모의 군사퍼레이드를 준비해 온 것으로 알려진 60주년 행사는 과거와 달리 정규군이 아닌 노동적위대와 평양시민들만의 퍼레이드만 갖는 방식으로 축소됐다.
일부에서는 김 위원장의 행사 불참이 미국의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 등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으면서 북미관계가 갈등국면에 들어서고 있고 경제적으로도 식량난이 악화되는 등 대내외 여건이 호전되지 않고 있는 상황때문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결국 북한 권력 서열 2위인 김영남(金永南)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10일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건강 이상설과 관련, "문제는 없다"고 밝히고 나섰다.
교도(共同)통신의 평양발 보도에 따르면 김 상임위원장은 이날 평양 만수대 의사당에서 교도통신과 가진 회견에서 이같이 말하고 김 위원장이 정권수립 60주년 기념행사장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은데 대한 질문에 "문제는 없다"고 밝혀 김 위원장이 건재함을 강조했다.
이에 앞서 북한의 송일호(宋日昊) 북일국교정상화 교섭담당 대사도 이날 김 위원장의 건강 악화를 둘러싼 보도와 관측에 대해 "일고의 가치도 없는 것이다. 하나의 모략 책동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교도통신에 밝혔다.
통신은 송 대사가 "서방의 보도기관은 그동안 엉터리 보도를 해왔다. 사실이 아닌 것을 여론화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일련의 보도에 대해 반발했다고 전했다.
중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10일 북한 김 국방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에 대해 "확실하지는 않지만 상당히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들은 아직 확인을 거쳐야 하지만 만약 김 위원장 신변에 이상이 발생했을 경우 한국과 중국이 공동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정권수립 기념행사로 일시 중단된 북중 국경 출입이 11일부터 재개됨에 따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중병설과 관련한 북한 내부의 동향이 외부로 흘러나올지 주목된다.
북한의 통신, 신문, 방송 등 언론매체들의 보도 양상과 논조는 특별한 이상 징후 없이 통상적인 보도 양태를 유지하고 있다.
남북관계 주무부처인 통일부는 대응 방안을 긴밀히 논의하되, 사실관계가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음을 들어 신중한 대응 기조를 보이고 있다.
통일부는 김 위원장의 건강과 관련, 각 시나리오에 따른 후속 대응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아직 설이 사실로 최종 확인되지 않았고 병이 있다 치더라도 그 정도를 명확히 알기 어려운 상황에서 과도하게 대응할 경우 남북관계에 부정적인 결과를 초개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통일부는 현재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이 여러 정황들에 바탕한 '추정'의 단계인 만큼 상황을 주시하되 현안에 대한 기본 입장은 그대로 유지한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즉 대북 식량지원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에 변화가 없으며 이달 말 인도적 대북지원 단체 관계자들의 대규모 방북 허용 문제에 대해서도 북한의 입장이 변수가 될 수 있지만 우리로선 현재의 '긍정 검토' 입장에서 달라진 것이 없다는게 통일부 측 설명이다.
오성민 기자 nickioh@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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