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금융위기 사태로 국내 산업계 전반에 위기의 먹구름이 드리운 가운데 정부가 위기 대응책의 일환으로 무역수지 개선에 보다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세계경제 불안에 따른 무역수지 적자가 경상수지 적자로 이어져 결국 집값하락 등 부동산경기 침체뿐 아니라, 유동성 부족에 따른 중소수출기업들의 도산마저 속출하고 있어 경기부양책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에 다달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무역수지 흑자기조에 힘입어 경상수지가 지난 1998년부터 2007년까지 10년째 흑자 행진을 이어왔다.
연도별 경상수지 흑자규모는 2003년 119억4,900만 달러를, ‘04년 281억7,300만 달러, ‘05년 149억8천만 달러, ‘06년 53억8500만 달러, 그리고 ‘07년에는 59억5,400만 달러를 기록했다.
문제는 올들어서 지난 5월을 제외하고, 무역수지 적자가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해외여행, 유학 등으로 인한 서비스수지 적자폭은 2000년 이후 급격히 증가, 무역수지 흑자액을 갉아먹고 있어 국민들의 위기해소 동참노력도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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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무역수지 142억 달러 적자 기록
올들어 지난달까지 우리나라의 수출∙입액 규모는 수출 3,295억 달러, 수입 3,438억 달러로 무역수지가 142억4천만 달러 적자를 기록중이다.
수출 주력품목중 석유제품, 선박류, 일반기계 등은 큰 폭의 수출증가세를 기록했지만, 자동차 반도체 컴퓨터 섬유류 등은 전년보다 증가세가 둔화되는 양상이다.
반면 수입은 원유 가스 철강제품 석유제품 석탄 등 5대 주요 수입품목이 높은 수입증가세(68.5%)를 기록, 전체 수입액이 급격히 증가(전년동기 대비 34.1%) 하고 있다.
특히 이들 5대 품목의 수입증가율은 4월 이후부터 급증해 7∼9월에는 작년보다 무려 80%를 상회하는 등 유가 및 원자재값 상승 영향을 톡톡히 받았다.
무역수지 흑자액을 갉아먹는 서비스수지도 지난 1998년 10억 달러 흑자를 기록한 것을 끝으로, 적자폭은 계속 늘어만 가고 있다.
지난 2000년 서비스수지는 20억달러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2005년에는 131억 달러, ‘06년 190억 달러, 그리고 ‘07년에는 206억 달러로 적자규모가 높아졌다.
이에따라 무역업계는 ▲이란 등 특정 국가들에 대한 수출보험 지원 확대 ▲환경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R&D 지원 확대 ▲섬유 패션에 대한 해외마케팅 지원 ▲걸프지역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걸프협력회의(GCC)와의 FTA 조기체결 등 수출확대 지원책을 정부에 적극 건의하고 있다.
◆ 정부, 최우선 정책목표 ‘무역수지 개선’으로 설정
이에 정부는 수출입상황을 매일 모니터링하는 한편, 불요불급한 수입에 대해서는 가급적 자제해 줄 것을 요청하는 등 수출확대를 최우선 정책목표로 설정하겠다며 적극 화답하고 나선 상태다.
지식경제부는 지난 9일 수출기업들에 대한 무역금융 지원과 수출보험 지원을 대폭 확대하는등 자금애로 해소방안을 골자로 한 수출기업 지원책 봇따리를 풀었다.
지원책에 따르면 수출 중소기업의 단기운전자금 확보를 위해 금융 및 보증지원에유동성 자금 4조3000억원을 늘리기로 했다.
중소기업이 주로 이용하는 단기수출보험 한도도 현행 81조원에서 93조2천억원으로 증액하고, 중장기수출보험한도는 17조원에서 약 8조8천억원이 증액된 25조8천억원으로 확대키로 했다.
이와 더불어 정부는 지난달 선진국에 비해 경쟁력이 휠씬 뒤쳐진 서비스산업 선진화방안도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대기업의 위성방송 지분 100% 소유가 가능하고 대기업, 신문 등의 지상파 DMB사업, 종합유선방송 지분 소유제한도 대폭 완화된다.
또 전문자격증이 없는 일반인이 자격사를 고용, 영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강구되고 전문자격사들이 쉽게 법인을 만들 수도 있게 된다.
이 같은 정부의 서비스산업 선진화방안 추진과 동시에 국민들도 해외여행, 유학,원정의료 등을 자제함으로써 서비스수지를 개선시켜 경상수지 흑자 달성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 수입원자재 가격 하락 등 무역수지 흑자기조에 시장여건 ‘호전’
더구나 글로벌 금융시장 위기로 세계경기가 침체되면서 국제시장에서 원자재 가격이 최근 3개월 연속 하락하고 있어, 무역수지 개선을 위한 시장여건은 호전된 상태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주요 수입원자재 가격을 종합해 산정하는 ‘코이마 지수’는 359.22포인트로 8월의 411.34포인트보다 무려 52.12포인트가 떨어졌다.
환율이 폭등하고 세계 경제가 크게 위축되면서 수요가 급감한 데 따른 것이다.
품목별 하락세를 보면 철강재가 -20.38%를 기록한 것을 포함, 유화원료(-13.12%), 광산품(-12.84%), 섬유원료(-9.73%) 등 전 종목에서 일제히 하락세를 기록했다.
고철(-28.56%), 빌릿(-16.67%), 원유(-16.47%), 팜유(-16.3%) 등도 크게 하락했다.
이처럼 정부가 무역수지 개선책들을 적극 발표하고 있는 상황에서 원자재 가격 하락 및 국민들의 해외여행 자제 등 서비스수지 개선에 적극 동참하면 올 4/4분기 무역수지는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은 지식경제위 국감에서 9월까지 무역수지 적자가 142억 달러지만 4분기에 82억 달러 흑자를 달성해 연간 적자는 6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도 대표 취임 100일째를 맞아 가진 기자회견서 9월 무역수지 적자폭이 18억 달러로 줄었고, 앞으로 남은 3개월동안 국제 원유가, 원자재값 안정, 연말 수출상대국들의 소비심리 발동 등이 이뤄지면 올해 경상수지는 35억 달러 흑자도 가능할 것이라며 이 같은 전망을 뒷받침했다.
박재붕 기자 pj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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