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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은행권 지원안...2500억달러로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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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10-15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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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증시 약세 전환 크루그먼 "전에 비해 나은 조치" 정책 시기와 규모가 문제 주장도

신용위기의 근원지인 미국이 7000억달러(약 840조원) 규모의 구제금융안의 일환으로 2500억달러를 은행권에 투입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금융시스템의 위기 사태를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신중론이 확산되고 있다.

낙관론자들은 정부의 고강도 정책에 환영 의사를 밝히고 있는 반면 신중론자들은 금융위기 사태를 해결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것이다. 

◆美 재무부, 2500억달러 은행권 직접 투입=미 정부는 금융기관의 우선주 매입 방식으로 2500억달러의 자금을 은행권의 직접 투입하는 방안을 14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이는 당초 금융기관 부실자산 매입에서 더욱 공격적인 방식으로 전환한 것으로 전일 미국증시를 비롯한 글로벌 증시 폭등의 배경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자 금융시장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이날 뉴욕증시의 다우지수는 0.82% 하락한 9310.99를 기록했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과 대형주 위주의 S&P500 역시 각각 3.54%와 0.53%의 하락폭을 나타냈다.

자금시장 경색이 완화되는 조짐을 이어간 것은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영국은행연합회(BBA)에 따르면 이날 달러 유동성을 가늠할 수 있는 3개월물 리보(런던은행간금리)는 4.64%로 전일대비 12bp 하락해 지난 3월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사진: 14일(현지시간) 헨리 폴슨 미 재무장관과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이 기자회견을 위해 자리하고 있다.

3개월물 유리보(유럽은행간금리) 역시 7bp 하락 5.23%를 기록하면서 지난 12월 이후 최대 낙폭을 나타냈다.

재무부가 야심차게 준비한 은행권에 대한 직접 자본 투입은 해당 금융기관에 대해 250억달러에서 위험자산의 3%로 제한된다.

지분 매각을 원하는 금융기관은 다음달 14일까지 신청하며 되며 재무부는 의결권이 없는 우선주를 매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금융회사의 국유화에 따른 이해관계 충돌을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우선주 매입 조건은 초기 5년간 5% 배당을 실시하고 이후 배당률을 9%로 올리도록 했으며 해당 금융기관은 3년 이후 주식을 다시 매입할 수 있다. 

◆모럴헤저드 조치도 포함...연준·FDIC도 대책 발표=금융기관의 모럴헤저드에 대한 비난을 의식한 조치도 포함됐다. 해당 금융기관은 또 정부가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인 주식매입권(워런트)을 매입 규모의 15%로 제공해야 하며 황금낙하산을 비롯해 경영진에 대한 보수 역시 제한을 두도록 했다.

헨리 폴슨 재무장관은 "기업을 비롯해 소비자들이 자금조달을 하지 못하는 것은 있어서는 안된다"면서 "은행들이 지원받은 자금을 적절하게 사용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역시 이날 은행권 자금 지원 방안에 대한 지원자 역할을 자처했다.

버냉키 의장은 "미국 금융시장과 경제가 시련을 겪고 있으며 전망 역시 불안하다"면서 "은행권에 대한 구제금융 조치가 금융시장의 신뢰를 회복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연준과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역시 미국 당국의 금융시장 안정책 행진에 동참했다. 이날 FDIC는 재무부의 구제금융과 별도로 은행간 대출을 회복시키기 위해 금융기관이 내년 6월말까지 발행하는 모든 채권에 대한 지급을 보증하기로 했다.

연준 역시 오는 27일부터 기업어음(CP) 매입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연준은 일본과의 공조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연준은 이날 일본은행(BOJ)과의 달러 통화 스왑 상한을 일시적으로 없애 사실상 무제한 달러 공급에 나설 것임을 밝혔다.

연준은 BOJ가 달러 수요에 맞춰 충분한 자금을 공급할 수 있도록 했다면서 2009년 4월까지 양국간 통화 스왑 상한 철폐가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낙관론 vs. 신중론 '팽팽'=그러나 이같은 조치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의 평가는 분분하다. 정부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들이 도출되고 있다는 긍정론과 함께 신용위기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할 것이며 경기침체를 막기에도 부족하다는 신중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것이다. 

낙관론자들은 신용폭풍을 타개하기 위해 미국을 선두로 국제사회의 공조가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핌코의 모하메드 엘-에리언 공동 최고경영자(CEO)는 "2500억달러 규모는 적절한 수준"이라면서 "효과가 바로 나타나지는 않겠지만 미국을 비롯해 유럽 등 국제사회의 공조에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 역시 "이전에 비해 나은 조치"라면서 "위기 상황에 대해 정부 정책이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신중론자들은 정책의 시기와 규모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감추지 않고 있다.

뉴욕대의 누리엘 루비니 교수는 "2500억달러로는 위기를 타개하는데 부족하다"면서 "현재 상황을 감안할 때 은행 지분 매입 규모를 배 이상 늘려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루비니 교수는 모기지와 관련된 금융기관의 손실이 최대 3조달러에 달할 것이며 신용위기의 근원지인 부동산시장에서 주택가격이 추가로 15%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닥터 둠(Dr.Doom)'으로 유명한 마크 파버는 "2500억달러는 난로에 물 한방울 떨어뜨리는 것과 같다"면서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와 같은 보다 강력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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