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다케시마의 날'… 다카이치, '각료 파견' 공약 접고 한일 관계 실리 택했다

  • 다카이치 내각, 14년 연속 정무관 파견 관례 유지… '셔틀 외교' 안정 위해 후보 시절 강경론서 후퇴

  • 자민당 3역인 총무회장 첫 파견해 보수층 달래기… 한국도 '예년 수준' 항의로 긴장 관리 동조

독도사진게티이미지뱅크
독도[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일본 정부가 22일 시마네현 마쓰에시에서 열린 ‘다케시마의 날’ 기념식에 각료(장관) 대신 차관급인 후루카와 나오키 내각부 정무관을 파견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지난해 자민당 총재 선거 당시 “(한국의) 눈치를 볼 필요 없이 당당하게 장관이 가면 된다”고 공언했던 것과는 대조적인 행보다. 일본 주요 언론들은 이를 두고 미·중 관계의 불확실성 속에서 전략적 중요성이 커진 한일 관계를 보호하려는 다카이치 내각의 ‘전략적 인내’가 투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날 행사에서 정부 대표로 참석한 후루카와 정무관은 “‘다케시마’는 역사적·국제법적으로 일본 고유의 영토”라며 “한국에 의한 불법 점거는 결코 용납할 수 없으며, 끈기 있는 외교적 노력으로 평화적 해결을 도모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예년의 입장을 되풀이한 것이지만, 다카이치 총리가 직접 각료를 보내지 않음으로써 한국 정부에 최소한의 ‘외교적 성의’를 보였다는 해석이 나온다. 요미우리 신문에 따르면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를 “양호한 한일 관계 유지를 위한 배려”라고 설명했다.

다만 다카이치 총리는 자신의 핵심 지지 기반인 보수층의 이탈을 막기 위해 ‘당(黨)의 예우’를 사상 최고 수준으로 격상하는 고육지책을 썼다. 자민당은 이번 행사에 당 3역 중 한 명인 아리무라 하루코 총무회장을 파견했다. 자민당 총무회장이 이 행사에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 정부는 차관급을 보내 외교적 마찰을 피하되, 당은 중량감 있는 인사를 보내 국내 보수 여론을 달래는 ‘투트랙 대응’으로 안팎의 비판을 차단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지역 민심의 압박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마루야마 다쓰야 시마네현 지사는 행사장에서 “한국이 군사훈련을 실시하는 등 ‘다케시마’ 불법 점거를 기정사실화하려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시마네현 오키노시마초 의회는 최근 북방영토 문제와 마찬가지로 ‘다케시마’ 영유권 회복을 위한 재원 근거가 될 ‘특별조치법’ 제정을 요구하는 의견서를 가결하며 정부의 주체적인 대응을 강력히 촉구했다.


우리 정부의 대응 역시 ‘관리된 긴장’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았다. 외교부는 대변인 성명을 통해 일본의 정무관 파견에 “강력히 항의한다”고 밝혔으며, 김상훈 아시아태평양국장이 마쓰오 히로타카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를 초치했다. 그러나 요미우리 신문은 정부의 항의의 내용과 수위가 지난해와 거의 동일했다는 점에 주목하며, 한국 역시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총리가 지난달 나라현에서 확인한 관계 개선 기조에 영향을 주지 않으려 배려한 것으로 분석했다.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은 트럼프 미 행정부의 관세 압박과 방위비 증액 요구, 그리고 냉각된 중일 관계라는 거대 악재 속에서 다카이치 내각이 한국이라는 전략적 파트너를 관리하기 위해 ‘군자표변(君子豹変·시대의 변화에 따라 스스로를 고침)’식 실용주의를 택했다고 평가한다. 다카이치 총리가 후보 시절의 강경한 수사(修辭) 대신 ‘정무관 파견’이라는 기존의 궤도를 유지하기로 한 전술적 선택이 주효하면서, 한일 관계는 당분간 정면충돌 없이 ‘미래 지향적 관리’ 모드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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