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먹구름 전세계 덮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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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10-16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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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금융만의 문제가 아니라 경제 전반에 걸친 침체와 맞서야 한다"
금융시스템의 붕괴를 초래한 금융위기가 채 진정되기도 전에 경기침체라는 더 큰 파도가 몰려오고 있다.

   몰락하던 각국 증시의 주가는 잠시 반짝 반등 후 또다시 '폭락의 나락'으로 빠져들고 있고 미국 경제의 지표들은 일제히 침체를 알리는 경고음을 울리고 있어 경기침체 진입이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일자리 감소와 급여 동결로 소득이 줄어든 소비자들은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고 있고 이로 인해 매출이 급감한 기업들은 투자와 채용을 줄이면서 극도의 긴축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가계와 기업의 지출 감소는 또다시 소득 감소와 실업 증가를 불러오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미 경기가 둔화압력을 받고 있던 상황에서 엄습한 금융위기는 글로벌 경제에 더 깊은 주름살을 남길 전망이며, 이로 인해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추가 금리인하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이런 세계 경제의 둔화 추세는 특히 외부의 충격에 취약한 국내 경제에도 영향을 미쳐 경기 회복의 어려움을 가중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 주가, 날개없는 추락
15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733.08포인트(7.87%)나 급락한 8,577.91로 내려앉았다. 나스닥 종합지수는 150.68포인트(8.47%) 떨어진 1,628.33을,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지수는 90.17포인트(9.03%) 떨어진 907.84를 기록했다.

   이로써 다우지수는 작년 10월9일 기록한 고점 대비 39%나 폭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도 같은 날 기록한 정점으로부터 42%가 급락했고 특히 올 들어서만 38%가 떨어졌다.

   유럽에서도 영국 런던증권거래소의 핵심지수 FTSE100는 전일 대비 7.16% 하락한 4,079.59로 마감했고 프랑스 파리증권거래소의 CAC40 주가지수도 6.82% 떨어진 3,381.07로 장을 마쳤다.

   미국을 비롯한 각국 정부가 동반 금리 인하와 유동성 투입, 은행 지분 매입 등 전방위 대책을 동원해 발등의 불로 떨어진 금융시스템의 붕괴는 막았지만, 이런 대책들이 경기 침체를 막을 순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반영된 결과다.

   지난주 미국 증시는 주가 폭락과 함께 투자심리가 공황상태로 치닫는 사상 최악의 국면을 경험했고 유럽과 아시아 각국 증시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후 정부의 각종 대책으로 지수가 반짝 반등하기도 했었지만 이내 폭락세로 돌아섰다.

   따라서 시장에서는 앞으로 일시적인 호재로 반짝 상승 장세가 나타날 순 있겠지만 경기침체의 공포가 시장을 짓누르는 한 장기적인 추세의 상승전환이 이뤄지기는 당분간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S&P의 수석 투자전략가인 샘 스토벌은 "사람들은 월요일의 상승세가 신뢰가 형성된 진짜 랠리였는지 아니면 높은 가격에 빠져나오기 위한 기회였는지 의문을 갖고 있다"면서 향후 전망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 소비.기업도 휘청
이날 미 상무부가 발표한 9월 미국의 소매판매는 1.2% 감소해 3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들면서 3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이는 마켓워치가 집계한 전문가들의 예상치인 0.8%의 감소보다 더 크게 하락한 것이자 1991년 이후 17년만에 처음 3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인 것으로, 미 경제의 70%를 차지하는 소비의 위축에 따른 경기침체 진입 우려가 현실화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마스터카드는 지난주에 9월 소비자 및 가정용 전자제품 소비지출이 1년 전보다 13.8% 줄어 2003년 관련 수치를 집계한 이후 최대의 감소폭을 보였다고 밝혔다.

   뉴욕연방준비은행은 이날 뉴욕주의 제조업활동을 나타내는 엠파이어스테이트 지수가 10월에 마이너스 24.6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펩시콜라가 전날 실적 악화에 따라 3천300명을 감원하고 6개 공장을 닫겠다고 밝혔고 플래시메모리 공급업체인 마이크론테크놀로지도 최근 수요 감소로 약 3천명을 1개 공장의 플래시메모리 생산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일자리 감소가 소비 위축을 불러오고 소비 위축은 다시 기업 매출 감소와 투자 위축, 감원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연결고리가 형성된 셈이다.

   이런 악순환은 결국 경기 위축을 불러와 미국이 장기 불황의 국면으로 접어들게 될 것이라는 우려감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 미 사실상 침체 진입..금리 추가 인하하나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벤 버냉키 의장은 이날 뉴욕 이코노믹클럽 연설을 통해 "금융시장의 안정을 중요한 첫 단계이기는 하지만 우리의 희망대로 안정을 찾는다 하더라도 더 광범위한 경기 회복은 바로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해 장기 둔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FRB는 또 이날 내놓은 베이지북에서 지난달 미국의 경제활동이 거의 모든 지역에 걸쳐 둔화됐으며 기업들이 투자를 재조정하고 소비자들이 지출을 줄임에 따라 전반적인 전망도 훨씬 더 어두워졌다고 밝혔다.

   이번 베이지북이 경기상황을 상당히 비관적으로 평가함에 따라 이달 28-29일 열리는 FOMC에서는 연방기준금리가 추가로 인하될 것이라는 전망이 더욱 힘을 얻게 됐다.

   앞서 재닛 옐런 샌프란시스코 연준 총재는 전날 "4.4분기 성장은 더욱 약화돼 분명한 위축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며 "실제로 미국 경기가 침체 상태에 놓인 것으로 보인다"고 경기침체에 진입했음을 단언했다.

   미국뿐 아니라 유럽에서도 최대 경제권인 독일을 비롯해 역내 경기가 전반적으로 침체에 빠져들고 있음을 뒷받침하는 진단이 속속 제기되고 있다.

   독일의 주요 경제 싱크탱크인 Ifo와 IfW, RWI 및 IWH는 전날 공동 발간한 반기 보고서에서 독일이 "독일이 이번 가을에 침체의 문턱에 들어서게 될 것"으로 진단했다.

   세멍캐널트러스트의 투자담당인 톰 워스는 블룸버그통신에 "우리 경제는 현재 침체 속에 있다"면서 "크리스마스 시즌이 비참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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