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계 ‘빅4’의 불꽃튀는 ‘수주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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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10-16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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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重, 삼성重, 대우조선해양, STX 등 잇따라 대형수주

조선업계 불황 우려 속에서도 저마다 ‘고공행보’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STX 등 국내 조선업계 탑랭커들이 미국발 금융위기에 따른 자금유동성 우려에도 최근 잇따라 대형수주를 성공시켜 눈길을 끌고 있다. 경쟁사들 간의 눈에 보이지 않는 치열한 ‘덩치키우기’ 양상이다.

이들 4개사 들은 유럽과 중동을 가리지 않고 태양광 설비, 드릴쉽, 최신형 복합 선박 등 초고가 장비들을 수주하는가 하면 각종 플랜트 공사도 따내 영역확장과 자본충당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이탈리아에서 태양광 설비를 3000만 달러에, 17억 달러 규모의 플랜트 공사를 각각 수주했고 삼성중공업은 유조선, 다기능 복합선 등을 수주해 현대중공업과 2강 의 면모를 보였다.

매각을 앞두고 있는 대우조선해양 역시 자체 사업역량을 과시하기라도 하듯 초대형 원유운반선과 드릴쉽 등을, STX는 유럽 대표조선소인 아커야즈 인수를 시작으로 드릴쉽, 해양플랜트 수주 등 조선업계 후발주자로써 발빠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한국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코트라)가 조선기자재 내수부진에 따른 조선업계 불안을 16일 언급했다는 점에서 이들의 투자 및 수익행진에 제동이 걸릴지 관심이 모아진다.

◆ 현대重-삼성重, ‘힘자랑’

조선업계에서 1, 2위를 다투고 있는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서로를 의식하듯 같은 날 동시에 초대형 수주발표를 하는 등 ‘라이벌’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우선 현대중공업은 지난 15일 이탈리아에서 3000만 달러(약 360억 원) 규모의 태양광발전 설비를 수주했다.

현대중공업은 이날 이탈리아 메타시스템그룹의 태양광발전 전문 자회사인 알바텍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설비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으며 한 관계자는 “올해 이탈리아 시장에 처음 진출해 수주에 성공한 만큼 다른 유럽 국가에 추가로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자 삼성중공업 역시 이에 뒤질세라 같은 날 유럽의 해운사 2곳으로부터 11만5000톤급 유조선 3척을 2억5000만달러에 수주했다고 발표했다.

이를 두고 삼성중공업은 연간 수주목표인 150억 달러의 93%를 달성함으로써 조선경기하락 우려 속에서도 선도업체로서의 위상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고 자평했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의 ‘동시수주’ 행보는 비록 우연치 않게 벌어진 일이나 그만큼 서로에 대한 견제와 존재감 부각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으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이에 앞서 현대중공업은 1일, 17억 달러 규모의 바레인 최대 민자(民資) 발전·담수 플랜트 공사를 수주해 업계의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최근 중동지역은 고(高)유가에 따른 오일 머니 유입으로 대형 발전소와 담수 플랜트 공사를 지속적으로 발주하고 있다”며 “이번 수주가 향후 국내 기업의 중동 지역 플랜트 수출에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9월 중순 유럽지역 선주와 6334억 규모의 천연가스 생산설비와 육상 액화·저장설비 기능을 동시에 갖춘 새로운 개념의 LNG-FPSO(부유식원유생산저장장치)를 수주했다고 공시했다.

당시 김징완 삼성중공업 사장은 “이번에 수주한 LNG-FPSO는 기존 FPSO보다 기술적으로 한 단계 진화한 형태로 가격도 4배 이상 높다”며 “수입국에서 LNG 기화 및 저장설비 역할까지 수행할 수 있는 LNG-FSRU 등 신개념 선박들을 개발해 천연가스 시장을 선도할 주력제품으로 육성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국내 최초 원유기지용 펌프 생산, 고출력 저연비 굴삭기 개발(이상 현대중공업), 세계최대크기 LNG선 건조, 사상 최고가 드릴쉽 수주(이상 삼성중공업) 등의 모습을 이어오고 있다.

◆ STX-대우조선해양 “지지않아”

STX는 잇단 해양플랜트 수주행진에 표정관리를 해야 할 판이다.

STX는 지난 14일 삼성물산과 함께 5000억원 규모의 부유식 원유저장설비(FSU)를 수주했다고 밝혔다. FSU는 220만 배럴의 원유 저장 및 하역 시설을 갖춘 설비로 해저에서 채취된 원유를 운반선으로 옮기는 시설이다.

STX조선 자회사로 지난 2004년 출범한 STX중공업은 이번 FSU 수주로 해양플랜트 사업을 개시 불과 1년만에 모두 6기(옵션 포함), 19억 달러에 이르는 해양플랜트를 수주하게 됐으며, 국내 ‘빅3’가 독점해오던 해양플랜트 시장에서 새롭게 입지를 굳히게 됐다고 STX는 설명했다.

STX 관계자는 “금번 수주를 통해 단기간에 많은 경험과 기술을 축적해 향후 해양설비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 나갈 계획”라고 말했다.

물론 STX의 최근 성과 중 눈에 띄는 것은 단연 지난달 초 이뤄진 유럽 최대조선사인 아커야즈(현 STX유럽) 인수다.

지난 7월18일부터 한 달간 아커야즈 주식을 공개매수해 총 88.4%의 지분을 확보하며 경영권을 완전히 인수한 STX는 ‘글로벌 톱 조선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한 새로운 성장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자체 분석했다.

그간 조선업계에서 이름도 생소한 ‘STX조선’이 단 한방에 세계 조선시장에서 주목받게 된 계기이기도 하다.

강덕수 STX회장은 “아커야즈는 크루즈, 오프쇼어, 방위산업 원천기술을 보유한 무궁한 잠재력이 있는 회사인만큼, ‘STX유럽’ 출범을 계기로 확고한 리더십과 생산효율성 향상을 실현해 하반기 실적 향상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자회사 매각으로 인해 다소 위축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의 경우에도 본격적인 매각작업 직전까지 각종 대형수주로 건재함을 과시했다.

지난 8월 중순 쿠웨이트의 KOTC社와 약 7억1000만 달러에 달하는 31만8000톤급 초대형원유운반선 4척을 계약함은 물론 같은 달 초 7억달러 상당의 반잠수식 석유시추선(Semi-Submersible Drilling Rig) 1기와 7억6000만달러 상당의 드릴십 1척을 각각 미국지역 선사들로부터 수주했다.

남상태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대내외적인 여건이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모든 직원들이 한마음으로 뭉쳐 얻어낸 소중한 결과”라면서 “선주들도 우리의 기술력을 믿고 더 이상 불안해  하지 않는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김재훈 기자 jh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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