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구제금융 정책 '전격 선회'...소비자 신용에 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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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11-13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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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제대상, 금융업종에서 소비자로 이동

미국 정부가 구제금융 지원안의 초점을 소비자로 이동시키는 등 대대적인 수정에 나서 주목된다.

이는 그동안 구제금융 지원을 금융업종에 집중하겠다는 기존 입장에서 전격 전환한 것으로 일각에서는 구제금융의 주요 대상이 금융업종에서 소비자로 이동함에 따라 금융기관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헨리 폴슨 미 재무장관은 12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자동차 대출을 비롯해 학자금 대출, 신용카드 등 소비자 신용을 이루는 주요 부분이 경색되면서 미국 국민들의 부담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로 인해 실업이 확산되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7000억달러 규모의 구제금융의 절반을 소비자 신용경색 완화에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 헨리 폴슨 미 재무장관은 12일(현지시간) 구제금융 지원을 소비자금융에 맞추기로 했다고 말했다.

폴슨 장관은 금융권의 부실채권을 직접 매입하는 방안은 철회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 9월말 7000억달러의 구제금융법안을 요청하면서 구제금융의 상당 부분을 모기지 관련 부실채권을 매입하는데 사용한다고 밝혔지만 5주만에 전면적인 수정 의사를 나타낸 것이다.

폴슨 장관은 지난 수주에 걸쳐 부실채권 인수 방안을 검토했다면서 부실채권 매입에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것이 효율적이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금융구제안의 목표 변경은 부실채권 인수 효과에 대한 회의감이 커진데다 소비 불안이 확산되면서 구제금융의 우선순위가 변경됐기 때문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당장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부실채권 인수보다는 금융회사에 직접 자본을 투입해 자금경색을 완화하고 신용위기의 전이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소비자금융 부문의 급한 불을 끄겠다는 것이 재무부의 입장인 것으로 해석된다. 

또 금융권의 부실채권을 역경매 방식으로 인수할 경우 상당한 시간이 소모되고 인수가격 산정에도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점이 구제금융 방식 변경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모기지 관련 채권의 처리를 기대하던 금융권에는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날 미국증시가 급락세를 연출한 것도 이같은 예상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다우지수는 400포인트가 넘게 빠져 8282.66을 기록했고 나스닥과 S&P500지수 역시 각각 5%가 넘게 하락했다.

미국 정부는 공적자금 투입을 자동차 및 학자금 대출에 주력하고 신용카드 부채를 해결하는 등 소비자 금융을 지원하는데 사용할 방침이다. 미국 경제의 3분의2를 차지하는 소비를 살리는데 구제금융을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재무부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자산유동화증권(ABS) 시장을 지원하기 위한 새로운 기관을 설립할 계획이다.

그동안 50여개 금융기관들에 대해 1720억달러의 자본투입이 승인된 가운데 나머지 780억달러에 대한 자본투입 대상이 심사가 현재 진행 중이다.

재무부는 부실채권 인수와 함께 공적자금 2500억달러를 은행에 직접 투입하는 방안이 효율적인 것으로 판단됐다면서 이 방법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재무부는 의회로부터 승인받은 7000억달러 구제금융의 1차분 3500억달러 중 2500억달러를 은행에 투입하고 400억달러는 AIG 우선주 매입에 사용하기로 해 현재 남은 자금은 600억달러 정도다.

재무부는 금융기관이 민간에서 조달한 자금에 상응하는 비율로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매칭펀드' 방식을 도입할 계획으로 이를 통해 구제금융의 일정자금을 민간을 통해 시장으로 복귀하도록 할 방침이다.

폴슨 장관은 민주당이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자동차산업에 대한 추가 지원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그는 "7000억달러 규모의 구제금융은 미국 자동차업계를 위한 것이 아니다"라면서 의회는 자동차업계를 지원하기 위한 다른 방안이 있다고 말했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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