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그룹 금고에 돈 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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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11-26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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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 여파 유보율 787%

세계적인 경기침체 여파가 10대그룹 금고를 굳게 잠그고 있다.

10대그룹이 국내 유동성 불안으로 재무안정에 치중하면서 번 돈을 투자에 쓰지 않고 내부에 쌓아둠으로써 잉여금 규모가 자본금 8배에 육박하는 상황이다.

26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시장 12월 결산법인 가운데 10대그룹 계열사 64곳은 유보율이 3분기말 787.13%로 지난해 말보다 67.07%포인트 증가했다. 이는 나머지 495개 기업 625.72%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그룹별로는 현대중공업그룹이 1657.61%로 가장 높았고 삼성(1614.04%)과 SK(1,280.19%)가 뒤를 이었다.

잉여금을 자본금으로 나눈 유보율은 번 돈 가운데 얼마 만큼 사내에 쌓아두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높은 유보율은 재무구조가 탄탄하고 자금 여력이 크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벌어들인 돈을 투자를 통한 생산부문에 쓰지 않고 있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전체 조사대상 유보율은 696.26%로 지난해 말보다 37.94%포인트 늘었다.

잉여금은 모두 393조4613억원으로 7.11% 늘었지만 자본금은 56조5103억원으로 1.28% 증가하는 데 그쳤다.

기업별로는 태광산업이 2만7666.39%로 1위를 차지했고 이어 SK텔레콤(2만7110.26%), 롯데제과(2만534.52%) 순이었다.

유보율이 2000% 이상인 회사는 54개사로 지난해 말보다 11곳이 늘었고 100% 미만인 회사는 64개사로 2곳이 줄었다.

거래소 관계자는 "기업들이 금융시장 불안과 경기 침체로 재무적 안정성 유지를 중요시하면서 이익을 투자하기보다는 내부에 쌓아두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현금성자산도 10대그룹 상장사를 중심으로 증가했다.

10대그룹 계열 64개 상장사는 같은 기간 현금성자산이 33조5339억원에서 43조1136억원으로 28.57% 늘었다.

이에 비해 10대그룹을 제외한 나머지 상장사는 현금성자산이 지난해 28조2648억원에서 27조8658억원으로 1.41% 줄었다.

10대그룹 상장사 가운데 현금성자산이 가장 크게 증가한 곳은 대한통운으로 지난해 말보다 3조3061억원 증가했다. 이어 LG디스플레이(1조8228억원) 한화석유화학(1조4191억원) 포스코(1조1761억원) 순이었다.

그룹별로는 삼성이 12조440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현대자동차(7조7259억원)와 LG(6조1559억원)가 뒤를 이었다.

현금성자산은 현금과 수표, 당좌예금을 비롯한 대차대조표상 현금과 정기예금이나 정기적금 같은 단기금융상품을 더해서 구한다.

조준영 기자 jjy@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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