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검증을 위한 의정서 채택을 시도하고 있는 6자 수석대표회담에서 '핵무기비확산조약(NPT)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은 중국이 제시한 검증의정서 초안을 검토한 뒤 '북한은 NPT와 국제원자력기구(IAEA) 세이프가드(안전조치)에 복귀할 것을 공약했다'는 내용을 의정서에 담을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내용은 그동안 6자회담에서 채택한 합의문서에는 적시되지 않았다.
특히 북한은 2006년 10월9일 핵실험을 한 이후 핵보유국을 자처하고 있기 때문에 비핵보유국을 대상으로 하는 NPT 가입 문제를 거론조차 하지 않으려 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11월12일 북한 외무성이 '시료채취'를 거부하기 위해 발표한 담화를 보면 10월초 평양에서 있었던 북미간 검증합의 때 북한의 "특수상황"에 대해 "견해의 일치를 봤다"는 내용이 있다.
그 특수상황은 북한이 "핵무기전파방지조약(NPT)과 IAEA에서 탈퇴하고 NPT 밖에서 핵시험을 진행하여 핵무기 보유국임을 선포한 나라"라는 것이다.
결국 미국이 NPT 복귀 등을 언급한 것은 북한을 핵무기 보유국가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거나 핵 폭발장치를 북한의 주장대로 핵무기라고 보더라도 궁극적으로 이를 폐기한 뒤 비핵보유국인 상태에서 NPT에 복귀시키기 위한 의지의 표현으로 읽힌다.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는 9일 이틀째 회의 일정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면서 "북한이 NPT와 IAEA 세이프가드에 복귀해야 모든 과정이 끝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과거 힐 차관보가 북한의 NPT 복귀를 강조했던 적이 있었다. 북한이 경수로를 요구하자 이를 반박하기 위한 논리였다. 원자력을 평화적으로 이용하려면 NPT에 복귀해야만 관련 논의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회담에서 힐 차관보가 NPT 문제를 보다 적극적으로 강조하는 데에는 새로운 변수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민주당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측의 의중이 반영됐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발표된 '오바마-바이든 플랜'에는 미국에 대한 가장 심각한 위험 요소로 핵무기로 무장한 테러리스트의 위협과 불량국가들에 대한 핵무기 확산 위험을 적시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NPT 체제의 강화에 큰 관심을 기울이는 민주당 성향이 확연하게 느껴지며 9.11 테러 이후 미국 사회의 최대 적으로 인식되고 있는 테러에 대한 경각심이 결합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핵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오바마 행정부는 '핵무기가 없는 세계 지향'을 목표로 삼고 있다.
그 핵심 대상은 역시 북한과 이란이다. 따라서 북한을 NPT에 복귀시키는 것은 오바마 차기 정부가 지향하는 목표와 맥을 같이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게다가 오바마 정부는 2010년 5월 NPT 검토회의를 통해 세계적인 비확산체제를 강화하겠다는 대외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만일 NPT 검토회의를 앞두고 6자회담을 통해 북핵 문제가 진전을 이룬다면 NPT 체제 강화에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있다. 북한이 NPT에 복귀하거나 '특수지위'라는 형태로라도 회의에 참석할 경우 그 상징성은 매우 클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북한이 힐 차관보의 요구를 수용할 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외교소식통은 "6자회담이 이미 부시 행정부를 넘어 오바마 시대와 연결되고 있다"면서 "NPT 문제는 북한과 미국간 핵협상의 성격을 변화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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