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시장 경직, 높은 채권금리 겹쳐 삼중고
시중은행들의 내년도 만기도래 채권이 예년보다 많은 34조 원에 이르러 은행들에 부담을 줄 전망이다. 게다가 채권시장 경색과 높은 채권금리가 어려움을 가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10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 신한, 우리, 하나 등 4대 시중은행의 내년도 만기도래 은행채권 규모는 약 33조9339억 원(10월 말 기준)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이들 은행이 발행한 은행채 총액 118조3283억 원의 30%에 육박하는 규모로 비교적 많은 양의 채권이 1년 사이에 몰려있는 것이다.
게다가 최근 은행들의 자금조달 사정이 여의치 않고 좀처럼 채권금리가 떨어질 줄 모르는데다 채권시장도 경직되어 있어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은행들은 은행채 만기가 돌아오면, 자금여력이 있는 경우는 이를 바로 매입해 채권 정리에 나서거나 여유 자금이 없으면 채권 차환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해 이를 막는다.
실제로 올해 10월과 11월 만기 은행채의 규모가 각각 2580억, 1조2966억 원이었던 신한은행의 경우 9월 6600억, 10월 1조1600억 원의 은행채를 차환 발행했다. 이 때 채권발행으로 조달된 자금 중 대부분은 만기채를 갚는데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내년도 은행채 시장이 올해보다 나아질 기미가 없어 차환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이 보다 힘들어질 전망이다. 내년 만기은행채 규모가 크고 시장에서 이미 많은 양의 은행채를 흡수한데다 금융시장의 신뢰회복이 더디기 때문이다.
정중호 하나금융연구소 금융산업팀 연구원은 "은행들은 채권 차환 발행을 통해 만기도래 채권을 롤오버 시키지만 최근 조달비용이 높아져 은행의 재무건전성을 악화시키고 있다"면서 "최근 기준금리가 크게 떨어졌음에도 시장의 신뢰가 크게 회복되지 않아 신용스프레드가 아직 높고 내년에도 이 같은 상황은 계속될 것"이라고 부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정 연구원은 또 "최근 은행들은 차환발행의 일환으로 후순위채권을 잇따라 발행했지만 이도 채권시장이 다소 경직돼 판매량 중 상당규모가 연기금을 통한 정부 매입이었다"며 "자본수급여건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못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나서 시장 참여자들이 안심하고 채권을 매입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유경 기자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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