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 출범 이후 증권가를 중심으로 모락 모락 피어오르던 ‘이구택 회장 교체설’이 최근에는 공공연하게 언론 매체에 오르내리자 포스코가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늘 그랬듯이 교체설의 핵심은 현 정권의 입맛에 맞는 인물이 ‘강림(降臨)’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포스코가 1월에 적자를 낼 것이라는 또 다른 설이 ‘악재’ 상승 효과(?)를 일으키면서 이 회장의 입지를 흔들고 있다. 물론 포스코나 증권업계 모두 회장 교체설과 적자설이 소문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포스코가 한국의 대표적인 공기업으로 출발, 민간기업으로 전환했다는 태생적 특성에다 정권 변화와 CEO 교체가 맞물렸던 사례가 있었던 점을 근간으로 여러 ‘설(說)’들이 난무하면서 포스코는 지금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다.
현재 거론되는 외부 인사는 최근 사의를 밝힌 사공일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과 교체 1순위로 거론되는 강만수 장관, 윤진식 전 산자부 장관, 이희범 무역협회장 등이다. 내부에서는 윤석만 포스코 사장과 정준양 포스코건설 사장, 박관용 전 국회의장의 친동생인 박한용 포스코 전무 등이 차기 CEO로 거론되고 있다. 다양한 인물군이 뒤섞인 것만으로도 교체설 자체가 짜깁기임을 알 수 있다.
물론 현 정권 진영 내부에서 초기부터 이구택 회장 교체 문제가 거론돼왔다는 징후는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국내외 시장의 반응이다. 2007년 연임에 성공한 이 회장은 그동안 포스코를 글로벌 기업으로 다지는 등 나름대로 성과를 올렸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럼에도 임기가 1년이나 남은 민간기업의 회장을 정치권이 나서서 흔드는 것은 대외적 신뢰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비교적 호실적을 내고 있는 민간기업의 수장을 흔들 경우 ‘친기업 정서’를 외쳤던 현 정권의 슬로건에도 흠집이 날 수 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의 실적 악화는 세계 철강업계 전체적인 문제며 포스코는 오히려 선방하고 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외국인 지분이 절대적인 대기업의 CEO를 정권이 흔드는 것은 기업과 정부의 신인도에도 악재로 작용할 우려가 높다.
한 외국계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민간기업인 포스코의 수장 자리가 외부의 압력으로 흔들린다면 외국 투자자들에게 불신을 심어주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며 “외국계 주주들에게 국내의 사정을 설명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000년 민영화된 포스코는 외국인 지분이 최대 49%나 된다. 정부 지분이 아예 없는 민간 기업이라는 말이다. 다만 국민연금관리공단이 4.31%의 지분을 가진것을 핑계로 회장 자리가 정권의 입김에 부침을 거듭하는 모습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CEO 2월 교체론’ 역시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
오는 15일 실적발표를 시작으로 올해 경영의 시동을 거는 포스코는 이달 중 사외이사 4명(1명 신임)을 충원하고, 내달 6일 정기 이사회에서 최종 인준을 할 예정이다. 정기 주총도 예정돼 있다. CEO후보추천위 조차 열리지 않은 상황에서 2월까지 새 회장을 뽑는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한편 포스코 관계자는 “난무하는 설(說)들이 자꾸 거론되는 것 자체가 회사에는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자칫 기정사실화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끝까지 상황을 지켜봐 달라”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견지했다.
김훈기 기자 bo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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