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 와인과 화이트와인

[조흥주의 와인 e야기]

와인을 좀 아시는 분들도 얼음에 재워 차게 해서 마시는 와인을 그냥 아이스와인이라 부르는 경우를 가끔 볼 수가 있습니다.

아이스 와인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보기 위해 먼저 독일 와인을 알아야 합니다.

누군가 “게으름이 가져온 최고의 축복”이라 했던 아이스와인은 사실 독일의 한 수도원에서 와인 양조용 포도의 수확 시기를 놓쳐버려 할 수 없이 그 포도를 가지고 와인을 양조하면서 역사가 시작됩니다.

뜻밖에 당도가 아주 높고 과일 향이 풍부한 와인이 생산되면서 ‘늦은 수확’이란 의미의 ‘슈페트레제(Spaetlese)’이란 이름이 붙게 됩니다. 이후 독일의 각 지방에서는 일부러 수확 시기를 늦추기 시작했고, 아우스레제(Auslese), 베렌 아우스레제(Beerenauslese) 등이 양조되게 됩니다.

이렇게 수확시기를 늦춰 당도를 더 높인 와인들처럼, 독일의 아이스바인(Ice Wein)은 영하의 기온이 될 때까지 수확을 하지 않은 채 얼어버린 포도 알을 압착하여 당도와 산을 제외한 얼어버린 수분은 얼음 알갱이로 남아 포도 껍질등과 함께 제거해 만든 와인입니다.
당도가 아주 높은 것이 특색이지요. 물론 단순히 포도가 얼 때 까지만 기다려서 아이스바인을 만들 수 있다면 이 와인의 가격이 비싸지는 않겠죠? 제조과정만 놓고 본다면 그리 까다롭지는 않지만 포도가 완전이 익은 후의 기후가 적절하지 못하다면 얼기 전에 썩어버려서 아이스바인은 만들 수 없습니다.

최근 지구 온난화로 인하여 향후 몇 년 후에는 더 이상 아이스바인을 만들지 못할 수도 있다는 추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처럼 독일의 추운 겨울이 아이스바인을 만들기에 가장 적합하기에 필자가 리슬링(화이트와인 양조용 포도) 을 만들 수 있는 최고의 와인이란 표현을 쓰는데 주저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아이스와인의 출발은 독일이지만 그 완성은 캐나다입니다.

독일 최고의 리슬링 와인인 아이스바인을 만든다면 캐나다에서는 비달이라는 품종을 가지고 나이아가라 폭포 인근 지역에서 비달 아이스와인을 양조합니다

비달 품종은 높은 당도와 산을 가지며 익은 후에도 포도알맹이가 줄기에서 쉽사리 떨어지지 않아 아이스와인용 포도 품종으로 아주 적합합니다. 독일의 아이스바인과 마찬가지로 영하 10~13도 사이에서 썩기 전에 얼어버린 포도 알맹이만을 손으로 직접 골라내서 양조 하기에 생산량이 적고 고가의 가격을 가지게 됩니다.

또 하나 최고의 레드와인을 만들어내는 피노누아란 적포도 품종이 있습니다. 이 품종은 추위에 약하다는 특성상 포도 알이 조금만 덜 얼어도, 더 얼어도 맛과 향이 모두 변해버립니다. 리슬링이나 비달 품종과 비교해 양조과정이 크게 다르지는 않으나, 그 재배나 발효과정에 있어서 상당히 까다로와 생산량이 매우 적습니다.

이런 피노누아로 만들어진 아이스와인은 비달이나 리슬링과 블랜딩하거나, 100% 의 피노누아 만을 가지고 만든 붉은 빛의 아이스와인은 375ml(대부분 아이스와인은 375ml의 용량으로 판매됩니다) 한 병에 30만원을 호가하는 고가의 캐나다 아이스와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외에도 독일과 캐나다와 기후조건이 다르지만 호주나 뉴질랜드에서 압착 하기 전에 인공적인 과정을 거쳐 포도 알을 얼려 만들어내는 저가의 아이스와인도 있습니다.

더운 여름 뜨거운 햇볕아래 달콤한 스파클링 와인을 마시는 여유를 즐길수 있다면 추운 겨울밤 고풍스럽지만 자유스러운 뉴 올리언즈 재즈와 함께 아이스 와인 한잔으로 지친 일상을 잠시 잊어 보세요

황금빛의 아이스와인이 담겨진 잔을 통해 보이는 세상이 잠시 힘든 일상을 잊게 해줄지도 모릅니다.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