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시장에 끝모를 한파가 이어지고 있다.
통계청이 18일 발표한 2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졸업시즌을 맞아 20대들이 대거 고용시장에 쏟아져나왔지만 채용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떠도는 청년들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침체의 골이 깊어지면서 신규 채용을 꺼리는 동시에 인력 구조조정까지 이뤄지면서 일자리를 잡기도, 지키기도 힘겨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실업자 숫자는 100만명 돌파를 눈 앞에 뒀고 실업률은 4%를 넘보게 됐다.
정부는 추가경정 예산을 통해 일자리 만들기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이지만 경기 회복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어 기대 만큼의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 실업자 100만시대 초읽기..20대 실업률 8.5%
극심한 경기 침체로 기업이 줄도산하고 신규 채용이 감소함에 따라 3월에는 실업자가 1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우려된다.
실업자 수는 미국발 금융위기가 터진 뒤 지난해 10월 73만6천명을 기록한 이래 11월 75만명, 12월 78만7천명, 올 1월 84만8천명, 2월 92만4천명으로 급격히 늘고 있다.
2월의 실업자 수는 작년 동월 대비 무려 12.9%(10만6천명)나 늘어 이같은 추세가 지속되면 3월 1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특히 2월에 대학을 졸업한 청년들의 실업은 위험 수준에 도달했다.
2월의 20~29세 실업자 수는 34만8천명으로 작년 동월 대비 3만8천명(12.4%)이 늘었다. 이 연령층의 실업률은 8.5%로 2006년 이래 가장 높았다.
취업 무경험자는 5만명으로 전년 2월보다 5천명(11.3%) 증가했다. 더구나 취업 경험이 없는 남자 실업자는 2만7천명으로 5천명(21.9%) 늘었다.
비경제활동인구 중 20~29세의 '쉬었음' 인구는 30만9천명으로 전년 동월보다 5만4천명(21.1%)이 많아졌다.
가장들이 많이 포진한 30~39세의 실업자 숫자는 22만9천명으로 작년 동월 보다 19.3%(3만7천명) 증가했다.
고용률 또한 20대 56.9%, 30대 70.7%로 전년 동월보다 각각 2.1% 포인트와 1.7% 포인트가 떨어졌다.
이처럼 우울한 통계치를 종합해보면 대졸 청년과 가장들의 실업이 확산 추세에 돌입했음을 엿볼 수 있다.
특히 교육정도별 전년 동월 대비 실업자는 대졸 이상이 6만6천명으로 무려 24%나 급증해 '고학력 백수'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이런 실업난으로 인해 비경제활동 인구 중 2월의 구직 단념자는 16만9천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5만명(41.5%)이나 늘었다. 구직 자체를 포기할 정도로 일자리의 씨가 마르고 있다는 의미다.
현대경제연구원 정유훈 선임연구원은 "2월 고용지표는 경기 영향도 있지만 계절성도 있어 어느 정도 악화가 예견됐다"며 "예상했던 것에 비해 크게 나쁜 수준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고용지표는 여타 경제지표에 비해 후행하는 경향이 있어 최소한 2분기까지는 안좋을 것"이라며 "연간 기준으로 신규 취업자수가 -30만명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 비정규직.자영업 취업자 급감
2월의 15세 이상 인구는 3천990만명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1.2% 늘었는데도 경제활동인구는 오히려 0.2% 감소했다. 특히 여성 경제활동인구는 1.1% 줄어 불황기의 여성 취업난을 반영했다.
취업자를 보면 2천274만명으로 0.6% 하락한 가운데 연령별로는 10대 -11.8%, 20개 -4.4%, 30대 -2.8% 등 30대 이하는 감소한 반면 40대 이상은 오히려 늘었다.
산업별로는 제조업 취업자의 타격이 가장 심했다. 제조업 취업자는 4.4%나 줄었고 도소매.음식숙박업(-2.0%), 건설업(-1.0%) 등에서 감소했지만 사업.개인.공공서비스업은 3.3% 증가했다.
직업별로는 기능.기계조작.단순노무종사자(-2.9%), 서비스.판매종사자(-1.6%)가 감소한 반면 사무종사자(3.0%), 전문.기술.행정관리자(1.4%) 등은 늘었다. 화이트칼라에 비해 블루칼라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셈이다.
지위별로는 상용근로자는 39만명(4.4%) 늘어난 반면 비정규직에 해당하는 임시(-3.8%) 및 일용(-4.1%) 근로자에서 27만3천명 감소했다. 자영업주도 25만6천명(-4.4%) 줄어들면서 실물경제 침체에 따른 폐업 자영업자의 급증세를 보여줬다.
취업시간대별로 봐도 사실상 아르바이트, 파트타임이나 마찬가지로 여겨지는 주 36시간 미만 취업자는 36만7천명(13.1%) 증가한 반면 54시간 이상 취업자는 무려 119만7천명(-16.3%)이나 감소했다. 주당 취업시간은 45시간으로 1.8시간 줄었다.
◇ 추경 최대 목표는 일자리
고용상황이 이렇게 악화되다 보니, 정부가 준비하는 '슈퍼 추경'의 최대 목표도 일자리 창출과 유지다.
최대 29조원대가 될 것으로 알려진 이번 추경에서 정부는 재정을 통한 직접적인 고용이나 일자리 나누기 외에 산업에 활력을 불러 넣음으로써 전반적인 일자리의 수를 유지 또는 확대하는 방안을 꾀하고 있다.
정부는 우선 2조원을 투입, 최저생계비 대비 120% 이하 소득 계층을 대상으로 40만개의 공익형 일자리를 만들 계획이다.
청년 일자리 창출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준비중이다.
조교와 연구보조원, 학교 행정인턴 등 학내취업이나 취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취업강좌 프로그램 등 대학내 스테이 지원을 실시하고 초중고생 가운데 기초학력 미달 학생을 위한 학습보조인턴교사도 채용할 계획이다.
중소기업 청년인턴도 5천명 확대하는 한편 임금지원 비율도 기존 50%를 70%로 상향조정하는 방안을 강구중이다.
중소기업의 해외지사 사업에 청년 인턴을 파견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정부는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자금난을 해소해 도산이나 폐업을 막는 것도 일자리 유지에 중요한 작업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지역신용보증재단에 대한 출연 확대로 총 2조원 수준의 보증을 공급하고 긴급 경영자금과 자영업자 융자도 1조5천억원 가량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일자리 창출에 들어가는 총 추경 규모는 3조2천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외에 주거지 주변의 소규모 건축, 인테리어 등을 새롭게 하는 동네경기 살리기에도 8천억원을 투입, 일자리 확대를 노리고 있다.
초중고 학교 환경 개선, 노후 공공임대주택 시설 개선, 국립대학 시설개선, 병영시설 개선 등이 주요 대상이다.
정부가 다주택자와 비사업용토지에 대한 양도세 중과 폐지 방침을 밝힌 것도 부동산 경기를 활성화시켜 관련 분야의 일자리를 늘리려는 의도가 깔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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