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 주총 '거수기' 여전

기관투자자가 올해 주주총회에서도 거수기 역할에만 머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한국거래소는 집합투자업자를 포함한 기관투자자가 이달 13일까지 낸 의결권 행사 공시를 분석한 결과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반대 의견 행사가 각각 0.43%와 0.49%에 그쳤다고 밝혔다.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안건이 1000건이라면 반대 의견이 5건도 안 된 것이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 반대 비율인 0.45%와 0.73%에 비해서도 모두 줄어든 수치다.

찬성 의견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이 각각 98.45%와 98.52%로 두 시장 모두 찬성이 절대적이었다.

의견 불행사와 안건 내 불일치(일부 찬성 또는 반대), 중립은 작년보다 소폭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의사 표시 안건으로는 유가증권시장에서 이사선임(18건)이 가장 많았고 이어 이사보수(13건), 감사선임(13건) 순으로 나타났다.

기관별로는 알리안츠글로벌인베스터스자산운용이 대한제분을 포함한 4개사가 올린 7개 안건을 반대해 가장 많았으며 현대인베스트먼트자산운용이 삼성전자가 낸 이사 보수한도 승인을 비롯한 3개사가 낸 5개 안건을 반대해 뒤를 이었다.

기관이 낸 의결권 행사 공시는 유가증권시장이 2634건으로 전년 대비 10.49% 감소했고 코스닥시장이 211건으로 41.71% 줄었다.

이는 자본시장법 시행으로 공시의무를 갖는 집합투자기구에 대한 기준이 자산총액 1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상향 조정됐기 때문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기관투자자는 올해 주총에서도 적극적인 경영견제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문진영 기자 [e-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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