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원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우리금융지주 회장 재직시절 컨설팅용역업체를 부당하게 선정하고 한미캐피탈을 고가에 인수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26일 이 같은 내용의 사실을 확인했으며 검찰에 수사자료로 통보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에 따르면 박 전 수석은 2007년 11월 '그룹 중장기사업 포트폴리오 최적화 및 그룹운영체계 개선전략' 컨설팅용역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평가점수가 높은 컨설팅업체를 배제하고 A업체와 계약을 체결하도록 지시했다.
우리금융지주는 4개 컨설팅업체로부터 용역제안서를 제출받은 뒤 평가점수(81.35점)가 가장 높은 B업체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겠다고 박 전 수석에게 보고했으나 박 전 수석은 "컨설팅업체로 A업체가 우수하고 조언을 받는데 편하니 A업체를 컨설팅업체로 선정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당시 우리금융지주 전무인 박모씨는 "평가표를 수정해 A업체를 컨설팅업체로 선정하라"고 실무진에게 지시했다.
결국 우리금융지주는 평가위원들로부터 1위표를 가장 많이 얻은 업체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는 것으로 선정기준을 바꾸는 등 평가결과와 컨설팅사 선정방침 문서를 조작해 2007년 12월6일 A업체와 컨설팅용역계약을 체결했다.
감사원은 "우리금융지주는 A업체에 부당하게 특혜를 제공했고 컨설팅 용역결과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19억8000만원 상당의 용역비만 낭비한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박 전 수석은 또 2007년 8월 한미캐피탈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적정한 기업가치를 평가하지 않고 매각사가 제시한 고가의 인수가격을 그대로 수용했다.
우리금융지주는 2007년 6월 자회사인 우리투자증권의 보고에 따라 한미캐피탈 지분인수를 위한 협상가능금액을 주당 최대 2만5000원 정도로 판단했으나 박 전 수석은 '매각사가 주당 3만 원 이상을 제시하지 않으면 협상을 진행할 의사가 없다'는 보고를 받고 같은 해 7월 주당 2만9900원에 인수하겠다는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
이어 매각사가 '주당 3만2000원에 양해각서(MOU)를 체결하지 않으면 우리금융지주와 배타적 협상을 하지 않겠다'며 가격인상을 요구하자 이를 수용했다.
이에 따라 우리금융지주는 2007년 8월 한미캐피탈 지분 849만9955주를 2711억원(주당 3만1900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 한미캐피탈 기업가치 최대값인 2209억원보다 502억원 비싸게 인수하게 됐다.
박 전 수석은 또 우리은행측과 지주 실사팀 등 내부에서 한미캐피탈 인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이 거듭 제기되는 데도 이를 거짓 정보로 묵살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박 전 수석과 우리금융지주 전직 전무 박씨의 부적절한 업무처리는 징계·문책사유에 해당하지만 관련자들이 이미 현직을 떠나 처분을 요구하지 않았다"며 "하지만 이들의 부적절한 업무처리와 관련, 형사책임이 있는지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검찰에 수사자료로 통보했다"고 말했다.
감사원은 또 "컨설팅업체 선정기준 문서와 평가표를 조작한 실무직원 2명, 한미캐피탈 인수자문업체를 부당하게 처리한 모투자증권 임·직원에 대해서도 검찰에 수사자료로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보람 기자 bora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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