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카인(cocaine)이나 헤로인(heroin)처럼 비합법적인 약물에 의한 중독질환으로서 국내에서 가장 심각한 골칫거리는 히로뽕(필로폰:Philopon) 중독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에는 비교적 구하기 쉽고 복용이 용이한 엑스터시, 케타민과 같은 클럽약물(Club Drug)이 젊은 층에 급격히 확산되면서 사회적 물의를 야기하고 있다.
이런 약물들은 왜 위험할까.
◆ 엑스터시(ecstasy)
엑스터시는 일명 ‘도리도리’라고 불리며 나이트클럽에서 춤을 추면서 많이 사용한다. 히로뽕의 일부를 변화시켜 환각작용을 강하게 만들었으며, 모양을 친근감 있게 만들어 미국에서나 우리나라에서도 젊은 연령대에서 많이 사용한다. 엑스터시를 사용했을 때 본인이 하는 것이 모두 옳다든지 친근감을 느끼게 되고, 맛, 시각, 냄새 등의 감각이 예민해진다.
엑스터시는 애초 1990년대에 식욕억제제로 개발되었다. 모양이 친근한 탓에 그럴싸해 보이지만 실상 뇌에 미치는 영향은 치명적이다. 최근 미국국립약물남용보고서에 의하면 원숭이 실험에서 단지 4일 동안 매일 2알만 투여해도 뇌의 중요한 신경섬유의 상당부분이 파괴된다. 특히 손상을 받는 부분은 세라토닌 신경다발인데, 이는 뇌에서 정서를 관장하고 있는 부분이다.
문제는 5년 뒤에 다시 검사를 하여도 부분적인 회복 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즉 며칠간의 엑스터시 사용으로도 치매와 같은 상태에 이르게 된다. 그 밖의 부작용으로는 근육의 긴장감, 비자발적인 치아와 뺨의 경련, 탈수, 고온 등이 있으며 환시 등이 지속되는 만성정신병증세가 있을 수 있다.
특히 물을 많이 마시면 엑스터시를 희석시킬 수 있다는 잘못된 정보 탓에 엑스터시를 복용한 사람들이 물을 지나치게 많이 마시는 바람에 체내 나트륨 농도가 떨어지는 ‘물중독’ 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케타민은 강간약물(Rape Drug)의 일종이다. 우리나라에서 케타민은 주로 동물용 마취제로 쓰이고 있었으나 서울의 강남에서 ‘스페셜 K’라고 불리며 확산되는 추세다.
케타민은 1962년 파크-데이브스 사에서 기존에 중추신경계 부작용이 많았던 펜싸이클리딘을 대체할 목적에서 개발되었던 약물로, 개발 직후 군용 마취제로 널리 쓰였고 이후 주로 아시아 공장에서 만들어져 서방 국가로 불법적인 경로로 유입이 되기 시작하면서 마약의 반열에 오르게 되었다.
이 약을 복용했을 때 다른 약물에서 느낄 수 있는 각종 환각, 특히 환시를 경험할 수 있고 자신의 몸에서 빠져 나와 자신의 몸을 관망하며 주변 사람과 사물, 심지어는 주변을 둘러싼 세계와 유합을 하는 듯한, 일종의 유체 이탈을 연상케 하는 독특한 경험인 해리 증상을 느낄 수 있다.
물론 케타민은 처음부터 인간에게 해로운 작용만 하는 약물은 아니었다. 원래 개발 목적이었던 마취 효과뿐 아니라 기존의 항우울제로 반응하지 않던 심한 우울장애에서 증상 개선에 효과가 있었다는 보고가 있다. 이 때문에 케타민은 전문의의 지도 복용 하에 알코올과 헤로인 중독 치료에 도움이 된 임상 사례가 있는 것은 물론, 복합부위 통증 증후군과 같은 만성 통증 질환에서도 효과가 있다는 보고가 있기도 하다.
그러나 개인이 임의로 사용했을 경우는 사정이 달라진다. 일단 반복적인 케타민 남용으로 신경계 구조적 손상을 일으켜 기억 손상과 의식의 혼탁을 유발할 수가 있으며 종국에는 다른 마약과 마찬가지로 의존성과 약물에 대한 억누르지 못하는 갈망을 낳는다. 또한 케타민을 과다 복용하였을 경우 사지의 운동 기능 손상을 초래하고 비정상적으로 혈압을 증가시키는가 하면 호흡기에 치명적인 해를 끼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도움말 :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정신과 김대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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