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캉롱핑 세계중국기업연구소장 |
중국 사회과학원 통계에 따르면 중국 기업의 해외 투자 중 기업 M&A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4년 20%에서 2008년 50%로 크게 늘었다.
그러나 후발주자로서 중국 기업이 처한 상황은 녹록치 않다. 최근 세계를 강타한 경기후퇴뿐 아니라 문화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예기치 못한 변수들도 한 둘이 아니다.
대표적인 예로 중국 최대 자동차 메이커 상하이자동차는 지난 2004년 해외확장의 첫 걸음으로 쌍용자동차의 경영권을 인수했지만 4년만에 결국 한국시장에서 철수해 쌍용차의 기술력만 빼갔다는 '먹튀' 논란에 휩싸였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경영대학원 와튼스쿨이 내는 경영웹진 '날리지앳와튼(Knowledge@Wharton)은 최근 캉롱핑 중국 사회과학원 연구원 겸 세계중국기업연구소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해외 기업 M&A에 성공한 중국 기업의 사례를 통해 아시아 기업이 해외투자시 유념해야 할 몇 가지 사항을 귀뜀했다.
캉 소장은 먼저 기업이 해외시장으로 영역을 넓힐 때는 점진적인 단계를 거칠 필요가 있다며 중국 대표 가전업체인 하이얼그룹의 M&A 사례를 소개했다.
전 세계 4대 흑색가전 업체로 꼽히는 하이얼의 해외진출 키워드는 점진적인 영향력 확보였다. 이를 위해 하이얼은 해외시장에서 문화·지역적 차이를 해소하는 데 역점을 뒀다.
일단 문화적으로나 지역적으로나 큰 차이가 없는 홍콩에 상장회사를 설립했고 이를 기반으로 동남아시아로 진출했다. 이후엔 미국과 유럽지역으로 세를 넓혔다.
상품의 다각화도 마찬가지였다. 하이얼은 지역시장에서 하나의 상품이 브랜드 가치를 확보하면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상품을 출시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이러한 점진적 전략으로 하이얼은 2007년 기준 64개 계열사 중 19개사를 해외시장에 상장시켰고 29개 제조공장 중 24개를 해외 현지로 옮겼다. 또 8개 디자인센터 중 8곳과 16개 산업단지 중 4곳을 해외에 두는 등 하이얼은 중국 기업의 해외진출을 선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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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현재의 시장경제와 기업의 지배 및 경영구조의 뿌리는 영미권 문화와 언어에서 시작된다"며 "서구 중심의 시장환경은 아시아 기업들이 해외시장에 진출하는 데 있어 큰 걸림돌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문제는 인재채용에서 비롯된다. 해외 기업과의 대규모 M&A 과정에서는 인력관리까지 신경쓸 겨를이 없는 게 사실이다.
캉 소장은 "비단 중국기업에만 해당되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일본이나 한국 등 대부분의 비영어권 국가의 기업들이 해외진출 과정에서 절감하는 애로사항은 기업 실무의 중추적 역할을 하는 중간층 이상의 경영진 채용"이라고 말했다.
실제 대만의 유력 정보기술(IT)업체 벤큐는 지난 2005년 독일 지멘스의 휴대폰 사업부문을 인수했지만 독일 기술자들과 불협화음을 빚으며 일년만에 독일시장에서 철수했다. 리퀀야오 벤큐 회장은 "지멘스의 휴대폰 부문을 매입할 당시 8~9명의 전문 경영진을 채용했으나 지금 돌이켜 보면 적어도 30명은 필요했었다"고 말했다.
잘못된 인력관리로 벤큐는 2006년 지멘스의 휴대폰 부문을 매각하면서 17억6000만 대만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또 같은해 1분기 매출은 294억5000만 대만달러로 전년동기 대비 51% 급감했다.
캉소장은 중국 국영 화학기업인 켐차이나의 사례를 들어 문화적 차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단계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2004년 설립한 켐차이나는 글로벌시장 진출을 위해 우선 미국을 중심으로 소규모 직접 투자에 나섰다. 켐차이나는 이를 통해 해외시장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었고 당시 경험이 본격적인 해외 진출을 위한 밑거름이 됐다.
아울러 켐차이나는 24개의 연구소를 설치해 인수 대상 기업에 대한 정보를 모아 분석하는 등 해외 기업을 인수하기 전 최소 3년간 해당 기업에 대해 조사하며 M&A 기회를 엿봤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켐차이나는 2006년 유럽 최대 동물사료 개발업체인 벨기에의 드라커홀딩스와 호주 최대 화학제품 생산업체 퀘노스를 사들이는 등 잇따라 해외 기업 사냥에 성공, 지난해 기준 자산 및 매출 규모가 1000억 위안이 넘는 초대형 기업으로 성장했다.
신기림 기자 kirimi99@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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