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감시·견제 역할만…외환위기 때보다 재정건정성 양호
정부가 경제위기 극복 가속화를 위해 채권단 중심의 구조조정 추진 방침을 밝힌데 대해 경제 전문가들은 정부 역할은 감시나 견제로 제한하고 시장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채권은행들의 400여개 대기업에 대한 세부평가를 오는 6월까지 마무리하라고 지시했었다.
25일 긴급 설문조사한 국책 연구원장 및 민간 전문가 6인 중 다수는 정부 주도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정부가 구조조정에 대해 감시나 견제를 할 수 있지만 원칙적으로 시장자율에 맡겨져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이는 최근 고위 경제관료들이 내놓은 구조조정 압박에 대한 반대했다.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최근 “대우그룹도 조금만 지원을 받으면 살 수 있다면서 구조조정을 미루다가 문제가 생겼다”며 “재무개선 약정이든 자율협약이든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은행장이 분명히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정부가 외환위기 때처럼 주도적으로 총대를 메는 것은 안된다”고 경고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정부가 주도한다고 되는 상황이 아니다”고 못박았다. 경제관료들의 발언이 정부가 구조조정을 주도하려고 나선 것 아니냐는 우려다.
외환위기 당시에는 대기업들의 부채비율이 1000%에 달했고 퇴출된 기업들은 2600%에 달했다. 그러나 현재 30대 기업의 부채비율은 200% 이하로 낮아진 만큼 기업의 재정건전성이 양호하기 때문에 정부가 주도하는 구조조정이 필요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들은 특히 외환위기 당시 금융시스템이 붕괴된 당시에는 정부가 직접 나서 초법적인 구조조정의 칼날을 휘두르면서 은행 11개, 증권사 6개, 보험사 13개, 기업 55개를 퇴출시켰던 전례가 이번에는 절대 통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주선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연구본부장은 “정부가 대우를 섣불리 매각하고, 기아차를 현대차에 무리하게 합병했던 것은 우리 경제에 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현오석 한국개발연구원장은 “경제위기 상황에서 금융 전체의 리스크를 껴안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정부 주도하에 구조조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2일 한 학술회의에서 “철저한 구조조정으로 이번 위기를 기업 체질개선과 경쟁력 강화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도 15일 신문방송편집인협회 강연에서 “최근 일부 긍정적인 신호를 낙관적으로 해석해 구조조정 노력을 게을리하면 안 되며 기업 구조조정은 선택이 아니고 우리 경제가 향후 ‘죽느냐 사느냐’하는 문제로 봐야 한다”고 압박했다.
송정훈 기자 songhddn@ajnews.co.kr('아주경제=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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