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계약직 직원에 대해 재계약을 하지 않거나 무기계약직 전환을 줄이는 등 계약직 인력 감축에 나설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다음달은 비정규직법에 따른 계약기간 2년이 만료되는 시점이라 이같은 현상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27일 은행권에 따르면 외환은행은 다음달 중 계약직 직원 가운데 100명 가량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전환 대상은 근무기간 1년 이상인 직원 중 근무평가를 2회 이상 받은 사람이다.
이같은 조건을 갖춘 직원은 450명 내외로 100명을 제외한 나머지 계약직 직원들 중 상당수는 계약을 연장하거나 은행을 떠나야 한다.
외환은행 노조 관계자는 "계약직 직원들의 고용 보장을 위해 무기계약직 전환 인원을 늘리는 방안을 사측과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외환은행은 관련 공문을 지원서 접수가 시작된 지난 22일 오후 8시가 넘은 시간에 게재해 계약직 직원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빈축을 사고 있다.
외환은행 전담텔러로 일하는 A씨는 "저녁 7시 반까지 퇴근하지 않는 영업점은 불이익을 준다면서 이렇게 중요한 공문을 8시 넘어서 게재하는 것은 계약직 직원들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월요일인 25일에 공문을 확인했는데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고 토로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250명의 계약직 직원들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했으나 지난 4월에는 대상 인원을 200명으로 줄였다. 신한은행의 전체 계약직 직원은 1900명 수준이다.
현재 육아휴직 중인 신한은행 계약직 K씨는 "다음달 계약기간이 만료되는데 휴직 중이어서 걱정"이라며 "최근 사측이 전담텔러 채용에 나서고 있어 나이가 많은 계약직 직원들은 재계약이 안 될거라는 소문이 무성하다"고 말했다.
씨티은행은 오는 6월 말 무기계약직 전환을 실시할 계획이다. 그러나 지난해 6월 400~500명 가량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는 등 계약직 상당수가 고용을 보장받은 데다 최근 경기침체로 경영 환경이 악화돼 이번 전환 대상은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아예 시급을 받는 아르바이트로 계약직을 채용하는 은행도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달부터 '피크타임 텔러'를 채용하고 있다. 이들은 하루 4시간 가량을 근무하며 시급 8000원을 받는다. 고용기간도 3개월, 6개월, 12개월 등으로 불안정하다.
이에 대해 은행들이 인건비 절감에 연연하지 말고 고용 창출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기업은행 노조 관계자는 "최근 경제위기가 금융에서부터 촉발됐는데 은행들이 인건비 운운하며 몸을 사리는 것은 모순"이라며 "정규직이든, 무기계약직이든 고용이 보장되는 안정적인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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