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재판 상고심에 재계 이목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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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5-27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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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앞으로 다가온 '삼성재판'의 상고심에 재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삼성재판의 요체는 우리나라 최대 기업집단인 삼성그룹의 경영권 이전이 합법적으로 이뤄졌는지를 따지는 것이다.

대법원은 29일 예정된 상고심에서 이 문제와 관련해 근 5년의 시차를 두고 검찰과 특검이 차례로 기소한 거의 동일한 사안에 대해 법률적 정당성을 최종적으로 가리는 판단을 내린다.

대법원의 판단 내용에 따라 이건희 전 회장 체제에서 그의 외아들인 이재용 현 삼성전자 전무로 사실상 바통이 넘어간 삼성그룹 경영권에 실리는 합법성의 수위가 결정될 전망이다.

◇"주사위는 던져졌다"..긴장 고조 = 대법원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장례일과 겹쳐 한때 연기까지 검토했던 삼성재판의 선고를 예정대로 29일 오후 2시부터 진행하기로 26일 결정한 이후 서초동 삼성타운에는 긴장감이 더해지고 있다.

삼성은 이번 대법원 선고와 관련해 공식적으로는 함구로 일관하고 있다.

사안의 민감성을 고려해 최대한 낮은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다.

선고를 이틀 앞둔 27일 아침에 열린 주례 사장단협의회에서 대법원 선고에 따른 대응책이 논의됐을 법하지만, 삼성 측은 공식적으로 이 문제에 대한 논의가 없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한 고위 관계자는 "우리는 처분대상이라 (선고 전에) 전혀 드릴 말씀이 없다"며 극도로 말을 아꼈다.

선고 후의 입장 발표 가능성에 대해서도 "판결결과를 보고 결정할 것이다. 현재로선 계획이 없다"고만 말했다.

그럼에도, 일각에선 '대법원의 최종 판결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는 정도의 입장이 그룹 차원에서 발표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선고 결과에 '촉각' = 이번 대법원 선고의 대상이 되는 사건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핵심은 `경영권 편법승계' 논란에 관계된 에버랜드 전환사채(CB) 발행 건이다.

삼성그룹을 지배하는 지주회사 성격을 띠는 에버랜드는 1996년 CB를 발행해 이재용 전무에게 인수케 하는 방법으로 이 전무가 삼성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틀을 완성했다.

이 전무는 당시 90억원 정도에 인수한 CB가 주식(주당 7천700원)으로 전환되면서 총 250만주인 에버랜드의 지분 약 25%를 소유하는 최대주주가 됐고, 이로써 비상장 계열사의 지분을 합칠 경우 현재 수백조 원대의 천문학적인 가치를 지닌 삼성그룹 전체의 경영권을 법률적으로 승계한 것이다.

에버랜드가 삼성생명을, 생명이 삼성전자를, 전자가 삼성카드를, 카드가 에버랜드를 지배하는 핵심계열사 간의 순환형 지배구조 덕분이다.

일부 법학과 교수들과 참여연대는 이를 간과하지 않고 CB의 헐값 발행을 문제 삼아 2000년 에버랜드 경영진을 검찰에 배임혐의 등으로 고발했고, 처음 수사에 착수했던 검찰은 2003년 12월 에버랜드의 당시 경영진이었던 '허태학ㆍ박노빈 씨'를 기소했다.

이어 삼성그룹 법무팀을 이끌다가 내부고발자로 변신한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를 계기로 2번째로 수사에 나선 특검은 지난해 4월 이 부분에 대한 공모 혐의를 인정해 이건희 전 회장도 재판에 넘겼다.

검찰이 기소한 '허태학.박노빈' 사건에서 1, 2심 법원은 CB 헐값 발행으로 회사에 손해를 끼친 점을 인정해 유죄를 선고했지만, 특검이 같은 사안으로 기소한 이 전 회장 사건에서 1, 2심 법원은 각각 법인 주주들이 스스로 실권한 것을 이재용 전무가 인수한 것이고, 회사에 손해를 끼친 부분을 입증하기도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이 때문에 엇갈린 하급심 판결을 놓고 대법원이 이번에 최종 판단을 하게 된 셈이 됐다.

삼성은 특검이 기소한 에버랜드 CB 발행과 관련해 법원이 무죄 판단을 한 만큼 '허태학.박노빈' 사건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뒤집힐 가능성이 큰 것으로 조심스레 낙관하고 있다.

◇선고와 노 전 대통령 영결식 = 삼성의 경영권 편법 이전 의혹을 둘러싼 법적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 대법원 선고가 공교롭게도 노 전 대통령의 장례일과 겹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삼성재판 결과는 어떤 결론이 나더라도 판단의 주체인 대법원과 처분의 대상이 되는 삼성에 모두 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는 게 저간의 사정이다.

경영권 승계 및 시세 차익에 각각 관계된 에버랜드 CB와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의 헐값 발행 의혹에 대해 특검 수사 결과를 배척하고 무죄로 본 항소심 판단이 유지되면 대법원에는 `봐주기 판결을 했다'는 곱지 않은 시선이 쏠릴 가능성이 없지 않다.

삼성 입장에서는 경영권 편법 승계 문제를 둘러싼 10년에 걸친 지루한 법적 논란에서 해방되는 기반을 마련하는 셈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완전한 면죄부를 받는 것이라고 보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으로서 `국민정서법'에 따른 여론의 지지를 받아야 하는 일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이 그 반대의 판단을 하더라도 사정은 그리 간단하지가 않다.

대법원이 에버랜드 전 경영진의 배임죄를 인정할 경우 무엇보다 이재용 전무를 중심으로 굳어진 삼성그룹의 현 경영권 구도가 법적으로 부인되는 셈이어서 삼성이 큰 소용돌이에 휘말릴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게 된다.

삼성이 흔들리면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어려움에 처한 국가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얘기가 삼성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삼성재판의 대법원 선고일이 노 전 대통령의 장례일과 겹치는 것이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엄청나게 많은 양의 뉴스정보를 양산하게 될 노 전 대통령의 장례가 삼성재판 결과에 대한 세간의 비판적인 관심을 옅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에 대한 애초의 검찰수사는 재벌 개혁을 주창했던 노 전 대통령의 집권과 동시에 본격화됐고, 2단계 보완수사로 볼 수 있는 특검 수사는 노 전 대통령 집권 말기에 첫 단추가 끼워졌다.

두 차례의 수사에 대한 마침표는 아이로니컬하게도 그의 장례일에 찍어진다.

대법원 선고 결과에 따른 여론의 동향과 노 전 대통령의 장례식이 어떤 함수관계를 형성하게 될지에 재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인터넷뉴스팀 new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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