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용어 가운데는 ‘펠레스코어’가 있다. 이는 가장 흥미진진하고 박진감 넘치는 3대 2의 결과가 나왔을 때를 뜻한다. 야구에서도 비슷한 의미로 ‘케네디스코어’가 있다. 8대 7의 박빙의 경기 결과를 칭한다.
지난 29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도 스포츠에 버금가는 박빙의 스코어가 나왔다. 총 13명의 대법관 중 공정한 판결을 위해 두명의 대법관을 배제하고 ‘베스트 일레븐’(11명)으로 구성된 대법관들은 ‘삼성 에버랜드(CB) 전환사체 헐값 매각’에 대한 13년간의 공방을 ‘6대 5’라는 박진감 넘치는 스코어로 종지부를 지었다.
이번 사안은 대기업 경영권 승계 방식의 위법 여부를 결정하는 시금석 역할을 했다. 따라서 공판이 진행되는 동안 경영권 승계를 앞두고 있는 재계는 물론 시민단체, 일반 국민들의 관심이 모아졌다.
사법부는 공정한 판결을 위해 삼성사건 변호경력이 있는 이용훈 대법원장과 검찰출신인 안대희 대법관을 제척했다.
그러나 촛불집회 재판 개입으로 퇴진 압력을 받고 있는 신영철 대법관은 이번 판결에 참여했다. 신 대법관은 동료 및 후배 판사들로부터 용퇴 압박을 받고 있다. 서울고법 배석판사 회의에서도 105명 중 75명이 참석해 신 대법관의 행동에 대해 재판권을 침해했다는 입장을 냈다.
여론은 물론 동료집단의 질타를 받아온 신 대법관이 삼성 공판에서 무죄 의견을 개진함에 따라 결국 한 표 차이로 CB 전환사채와 관련해 삼성은 면죄부를 받게 됐다. 만일 신 대법관이 이전에 사퇴해 판결에 참여하지 않았다면 유죄 의견과 무죄 의견이 5대 5로 동률을 이뤄 13년 동안 진행된 에버랜드 CB 헐값발행에 대한 논란은 더욱 길어졌을 수도 있다.
스포츠 경기라면 너무 오랫동안 끌어온 경기로 인해 관중들이 지루해할 수도 있었던 순간 신 대법관이 게임의 종지부를 찍는 스타 플레이어의 역할을 했다. ‘6대 5’라는 ‘신영철스코어’를 만든 셈이다.
반면 이는 같은 날 진행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라는 ‘빅매치’에 가려져 오랜 시간 박진감 넘치는 모습을 보여준 이번 사건이 국민들의 관심에서 다소 멀어진 ‘용두사미’ 로 마무리 됐다.
이에 대한 아쉬움은 대법원은 물론 삼성과 재계 모두에게 남아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관 두명을 판결에서 제외하면서까지 공정성을 지킨 대법원과 장기간 계속된 논란에서 결백을 입증한 삼성, 이를 판례로 삼아 향후 자신들의 경영권 승계의 정당성을 공인받아야 할 일부 기업 모두 이번 결과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중요했 때문이다.
이하늘 기자 eh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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