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보험사들이 판매하는 실손형 민영 의료보험 보장한도가 현행 100%에서 90%로 축소될 경우 이를 기존 가입자들에게도 소급 적용하는 방안이 추진돼 논란이 일고 있다.
14일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과 금융감독원, 보건복지가족부 등은 건강보험 재정 안정을 위해 민영의보 보장한도를 낮추면서 신규 가입 뿐 아니라 기존 계약 갱신 때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손보사의 민영의보 기존 가입자가 2000만명 이상인데 이들에게 100% 보장을 계속 해준다면 건강보험 재정 악화를 막자는 취지가 무색해진다"고 말했다.
그러나 금융위의 이같은 방안에 대해 손보업계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계약을 갱신할 때 가입자에게 불리한 내용으로 변경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보험업법 제131조(금융위원회 명령권) 제2항은 '보험계약자에게 불리한 내용에 대해서는 (유리하게 바꾸도록) 명령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가입자에게 유리한 100% 보장안을 90% 보장안으로 바꾸기는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또 보장한도 축소 방안을 기존 가입자에게 소급 적용할 경우 집단소송 등이 제기될 소지도 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기존 계약자의 계약 갱신시 보장한도를 축소하는 대신 보험료를 인하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하고 있으나 역시 손보업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기존 가입자에게 소급 적용하는 방안은 확정되지 않았다"며 "회사와 계약자가 계약 갱신 시점에서 보장한도를 낮추는 대신 보험료를 내리는 내용으로 개별 합의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보장한도를 내리더라도 보험료 인하폭이 크지 않아 계약자가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며 "실효성이 떨어지는 대안"이라고 일축했다.
손보업계는 민영의보의 보장한도 축소 방안 자체를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금융위의 의견수렴 요청에 따라 오는 17일 손보사 사장단 회의가 개최될 예정이지만 보장한도 축소를 찬성하는 곳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보장한도를 축소할 경우 수익성이 악화되는 것은 물론 생명보험사 민영의보 상품(80%까지 보장)과의 차별성도 약화되기 때문이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보장한도 축소를 받아들일 경우 영업조직과 설계사들의 집단 반발에 직면할 수 있다"며 "이번 축소 방안을 수용해서는 안 된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고 전했다.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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