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부로 비정규직 보호법이 시행, ‘고용대란’이 가시화 되는 가운데 국회에서 책임공방에 급급한 여야와 정부, 노동계 등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한나라당은 2일 비정규직법 시행시기를 1년 6개월 유예키로 정하고 단독상정의 정당성을 설파한 반면 민주당은 ‘원칙적으로 유예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줄다리기를 이어갔다.
이 가운데 ‘맹목적으로 법안 통과만 촉구하는 정부는 물론 대안 없이 반대만 하는 노동계도 본질을 놓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이상한 집착’, 민 ‘눈치보기 급급’
현장에선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부담스러워 하는 기업들에 의해 ‘해고 도미노’가 이어졌다.
그러나 여야는 이날도 비정규직법 개선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지 못한 채 전날 한나라당 단독상정에 따른 국회법 유권해석에만 매달렸다.
특히 한나라당은 정규직 전환 지원자금 강화 등 좀 더 적극적인 대책은 배제한 채 법 시행 유예에만 집착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한나라당 간사인 조원진 의원은 이날 “해고대란을 방치할 경우 더욱 심각한 상황에 이를 수 있다”며 “자유선진당의 1년 6개월 유예안 제안을 수용했다”고 밝혔다.
이에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합의에 반대하는 상황을 감안, 일부러 고용대란의 규모를 확대해 단독상정이나 직권상정 등의 명분을 얻으려는 속셈에 지나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은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 분석결과 올 7월 사용기간 2년을 초과하는 사람이 1년 동안 50만명을 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법 시행 유예는 또 다른 악순환을 낳을 수 있는 만큼 정규직 전환 촉진장려금 제도 등을 활성화하는 등 현행법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당장 해고사태가 목전에서 벌어지고 있으나 뚜렷한 대책 없이 ‘노동계가 참석하지 않은 협상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주장하는 민주당도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한나라당 한 관계자는 “법이 발의되면 상임위에 상정부터 하고 입장 차를 줄이는 게 정치의 기본이자 국회의원의 의무”라며 “민주당이 지지기반 눈치 보기에만 급급해 당장 내일이 막막한 근로자들의 아우성도 들리지 않는 모양”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정부-노동계, 비정규직법 기여도 ‘제로’
정치권처럼 정부도 책임공방에 참여하는 분위기다. 특히 이영희 노동부 장관의 경우 1일 고위당정협의를 통해 지방노동청이 비정규직 해고 실태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민주당에선 이미 이 장관을 사퇴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나라당에서조차 “지난 2년 동안 노동계와 제대로 대화도 않고 도대체 뭘 준비했는지 모르겠다”며 답답해했다.
그럼에도 이 장관은 “경영계와 정부를 배제한 채 노동단체만 참여시켰다”며 오히려 5인 연석회의를 비판하는 모습이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뚜렷한 대책 없이 정부와 여당의 정책에 반대만 한다는 비난이다. 그간 비정규직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정규직 전환을 주장했던 양대노총이었다.
그러나 민노총은 ‘한나라당이 유예안을 처리하면 총파업’이라는 주장만 내세웠을 뿐 정작 고용대란에 대한 구체적 대책과 노총 차원의 대응이 없었다.
한노총의 경우 사업주의 법 악용방지 차원에서 보완 입법을 주장해 왔으나 갑자기 ‘선(先) 시행, 후(後) 보완’으로 방향을 트는 등 일관성 없는 모습마저 보인다.
무엇보다 양대노총에서 비정규직이 차지하는 비율이 적다는 통계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정규직 근로자의 노조 가입률은 17.4%이었다. 반면 비정규직 근로자의 노조 가입률은 3.4%에 불과했다.
◆‘고용대란’ 직격탄, 약자들만 더 고통
비정규직법 개선을 책임져야 할 해당기관들이 이처럼 책임공방에만 열중하는 와중에도 대량해고 사태는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특히 이러한 사태는 비정규직 중에서도 약자에 속하는 중소기업 비정규직 근로자가 더욱 심각하다.
국내 비정규직의 90% 이상이 300인 이하 중소기업에 근무 중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허재준 한국노동연구원 노동시장연구본부장은 “근본적인 비정규직법 대책 마련을 위해 차별시정을 강화해야 한다”며 “사용기간 제한은 대기업은 당분간 유지하되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사용기간 제한을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아주경제= 안광석 기자 novu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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